‘손 더 게스트’ 박일도는 떠났고 여운은 남았다

‘손 더 게스트’ 박일도는 떠났고 여운은 남았다

기사승인 2018-11-03 0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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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더 게스트’ 박일도는 떠났고 여운은 남았다

박일도는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OCN 수목극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가 무수한 궁금증을 낳았던 박일도의 정체를 밝히며 지난 1일 막을 내렸다. 최종회 평균 시청률은 4.1%(닐슨코리아 제공). ‘손 더 게스트’의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낯선 편성 시간대와 호불호가 명확한 장르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있다.

OCN의 첫 수목극인 ‘손 더 게스트’는 한국형 엑소시즘 표방한 장르물이다. 드라마의 큰 서사는 큰 귀신 박일도 찾기였다. 박일도에 의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영매 윤화평(김동욱), 사제 최윤(김재욱), 형사 강길영(정은채)이 힘을 합쳐 박일도를 쫓았다. 단서는 부마자였다. 세 인물은 박일도에 의해 빙의된 인물을 찾아 구마의식을 펼치며 박일도의 행방을 뒤따랐다. 이 과정은 범인을 쫓는 수사극처럼 그려져 시청자의 흥미를 더했다.

‘손 더 게스트’의 가장 큰 힘은 독특한 관계로 얽힌 세 인물이다. 윤화평, 최윤, 강길영은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다. 일단 비범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아니었다. 이들의 능력은 ‘손’을 한 번에 퇴치하기엔 부족했다. 엄청난 일을 겪은 탓에 성격도 모난 구석이 있다. 다만 그들은 박일도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불행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

과거 악연으로 만난 세 인물은 박일도를 잡겠다는 목적 아래 편치 않은 공조를 이어갔다. 세 사람의 박일도 추격극은 매끄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립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서로를 이해하고 과거의 그늘과 현재의 고난에서 상대를 구하고자 자신을 내던졌다.

이러한 과정이 설득력을 얻은 것은 윤화평, 최윤, 강길영을 소화한 배우 김동욱, 김재욱, 정은채의 연기력 덕분이었다. 세 배우는 회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러우면서도 치열한 연기를 선보였다.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인 것은 배우의 공이 컸다. 매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부마자들과 극에 활력과 재미를 더한 조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박일도가 탐내는 영매 윤화평을 연기한 김동욱은 자신에게 끝없이 찾아오는 불행을 견디며 박일도를 찾는 윤화평의 집념을 표현했다. 김동욱의 연기력은 윤화평의 몸에 박일도를 받아들여야 했던 최종회에서 큰 빛을 발했다.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전개가 김동욱의 연기에 의해 개연성을 얻었다.

구마 사제 최윤 역을 맡은 김재욱의 집중력도 놀라웠다. 김재욱이 연기한 최윤은 구마의식을 도맡아 엑소시즘 장르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예언에 따라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두려움을 애틋하게 나타내기도 했다.

강길영을 연기한 정은채는 초반의 연기력 논란을 딛고, 차츰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강길영이 앞선 두 인물에 비해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그려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은채가 액션을 제대로 소화한 덕분에 강길영이 부마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장면에선 통쾌함도 느껴졌다.

‘보이스’ 시즌1으로 OCN을 장르물 전문 채널로 끌어올린 김홍선 PD는 ‘손 더 게스트’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자랑했다. 김 PD는 영화계에서 활동하던 스태프들과 함께 강렬하면서도 매력적인 드라마 한 편을 완성했다. 후반부의 전개가 다소 급박하게 진행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등장인물의 설명으로 복잡한 상황을 풀어내고 시청자의 이해를 구하는 장면이 있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세 명의 주인공이 모두 살아 있는 장면으로 마무리된 만큼, 시즌2가 제작될 가능성도 있다. 먼 동해바다에 잠긴 박일도는 다시 시청자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손 더 게스트’의 후속작은 ‘신의 퀴즈 : 리부트’다. 오는 14일 첫 방송된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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