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커‧싼커 빈자리 꿰찬 따이공(代工)…내심 불편한 이유

기사승인 2018-11-06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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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커‧싼커 빈자리 꿰찬 따이공(代工)…내심 불편한 이유따이공은 흔히 국내서 물건을 떼어 중국에 되파는 보따리 상인을 뜻한다. 최근 사드 사태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른 아침 시내 면세점 앞에 줄지어 있는 따이공들의 모습을 이젠 흔히 볼 수 있다. 따이공이 사라진 유커와 싼커의 빈자리를 파고든 탓이다. 이 덕분에 국내 면세업계는 사드 혹한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체 면세점 매출은 약 9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매출의 70~80%가 중국인이고, 이 중 80~90%를 따이공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따이공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문제점도 드러났다. 시내 면세점들은 높은 구매력을 가진 따이공들을 데려오기 위해 ‘유치전’을 벌였다. 물건 구입에 혜택을 더 얹어주거나 이들을 데려온 여행사에게 ‘송객 수수료’(리베이트)를 주는 식이었다. 이는 송객 수수료 경쟁으로 번졌고 지불 규모도 점점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이 작년 지불한 송객 수수료만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이공으로 겉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나빠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장기적으로 면세점 수익이 악화하고, 주목적이 쇼핑인 중국 관광객 수가 점차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따이공이 자국이나 국내에 물건을 되팔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이공이 대규모로 구매한 물품을 현지에서 값싼 가격에 되팔면 현지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따이공이 항공권 취소 같은 편법을 통해 국내에 면세물품을 되팔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드러난 사실이다. 관세청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따이공들은 알바까지 동원하며 세관과 정부의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고스란히 피해가 국내 상인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따이공을 부정적으로 볼 수만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따이공은 그동안 유커의 빈자리를 채워준 효자였다. 면세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맛봤다. 따이공은 복잡한 절차 없이 중국 현지의 한국 물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켰다. 따이공이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중국에 들여와 합당한 세금을 지불한다면 현지에서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는 문제 될 것은 없다. 송객수수료가 한국 관광객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면세업계는 송객 수수료가 한국 관광의 이미지를 저하시키는 요인이긴 하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중국 관광객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늘어난 따이공에 대한 대응책이 꼭 필요하다. 따이공의 특성상 편법과 불공정으로 국내외 유통 시장을 점차 망가트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따이공을 전면 금지하거나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면세업계의 수수료 경쟁 또한 시장 경제에 따라 당연한 일이다. 경쟁이 없다면 담합으로 비난받을 가능성도 크다. 강력한 규제보다는 편법과 불공정을 막는 방향으로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면세품 구입 가능 수량을 더욱 축소하거나 현장에서 인도받은 면세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악질 따이공을 중국 정부와 협조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사드 사태의 원만한 마무리로 유커, 싼커의 순수 관광객 비율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면세쇼핑 대신 중국 관광객을 불러들일만한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이 함께 필요하다. 따이공은 관광이 목적이 아닌 이윤추구가 목적인 장사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순수 관광객이 증가하면 따이공은 자연히 줄게 된다.

면세점이 여행객의 편의를 위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국내 시장을 망가트리고 따이공을 위한 도매업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선 정부뿐 아니라 관광, 면세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면세 쇼핑은 관광의 주 콘텐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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