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시한폭탄 ‘대동맥’ 질환, 정해진 골든타임 없다

가슴·등, 복부에 찢어질 듯한 통증 온다면 바로 응급실로

기사승인 2018-11-16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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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후 30분 사이에도 사망할 수 있어…배에서 맥박 느껴진다면 ‘검진’ 받아야
허벅지 두꺼우면 오래 산다? 근력운동이 ‘대동맥’ 질환 예방

 

대동맥 질환 및 혈관 질환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다. 혈관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 유병률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혈압은 심장에 부담을 주고, 높은 압력으로 혈관 내벽이 손상되면 동맥경화증으로 이어진다. 고지혈증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지방 성분 물질이 혈관 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심장 및 혈관에도 이상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대동맥 질환에는 대동맥류와 대동맥박리증이 있다. 대동맥 질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와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가장 큰 동맥이다.

대동맥류는 혈관 일부분이 풍선처럼 늘어나는 증상이다. 우리 혈관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피를 공급한다. 동맥경화증 등으로 인해 혈관 신축성이 저하되면 경화가 되지 않은 한쪽 혈관이 부풀게 되는데, 부풀어진 혈관이 더 커지면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터지게 된다. 파열로 인해 대량출혈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내 사망에 이른다. 

대동맥류는 흉부와 복부에 있는데, 혈관이 터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세가 없다. 혈관 크기가 한 번에 갑자기 커지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서 천천히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김준석(흉부외과) 건국대병원 대동맥혈관센터장은 “대동맥류는 몸에 있는 시한폭탄, 그것도 고장 난 시한폭탄이다. 정말 언제 터질지 모르고. 사망률이 90% 이상이다”라며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지만, 만약 복부에서 맥박이 느껴진다면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대동맥은 척추 바로 앞에 있는데, 배에서 맥박이 느껴지는 것은 혈관이 그만큼 부풀어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동맥박리증은 혈관 내막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대동맥은 혈관이 세 겹으로 이뤄져 있는데, 혈관이 터지기 전 한 두 겹 정도만 찢어진 것이다. 이 경우 병원에 도착하기 전 5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맥박리증 또한 혈관이 찢어질 때 증상이 나타난다. 김 센터장은 “대동맥이 있는 가슴 뒤, 등 쪽에서 찢어지는 통증이 온다. 30분 안에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대동맥박리증은 작은 병원에서 수술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큰 병원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시간이 조금만 지체돼도 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대동맥박리증은 시간당 1~2%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해진 골든타임은 없다. ‘무조건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장 난 시한폭탄 ‘대동맥’ 질환, 정해진 골든타임 없다

올해 1월 건국대병원에 대동맥혈관센터가 생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낮과 밤 상관없이 응급상황인 경우가 많기 센터는 24시간 전문의가 직접 응급전화를 받고 있고, 환자 상태를 즉각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흉부외과,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마취과, 중환자실 분야 전문의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 또 여러 과의 전문의가 모여 있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 옵션 중 효과적인 치료법을 원스톱으로 진단할 수도 있게 됐다.

과거에는 수술만이 유일한 대동맥질환의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가슴을 열어야 하는 수술 부담이 적지 않고, 합병증 발병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3D CT 도입, 하이브리드 수술실 등이 발전해 영상의학과 또는 내과에서 인터벤션 기법을 통한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로 치료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수술과 인터벤션을 동시에 시행하거나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판단이 필요하다. 센터에서는 대동맥질환과 관련된 여러 과의 전문의들이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대동맥질환 수술은 심장 수술보다 어렵다. 특히 대동맥질환은 특히 고령 인구에게서 많이 발병하는데, 노인들은 수술이 아무리 잘 돼도 수술 후 부작용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치료 옵션도 다양해졌고, 부작용이 적은 방법이 있다면 그 치료법을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선 관련 과의 전문의들이 모여 논의를 해야 하는데,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서 응급 전화는 전문의가 받는다. 새벽에 집에서 자고 있는 전문의라도 응급상황 발생 시에는 협조한다. 센터에 ‘소속’됐다고 느끼면서 전문의들은 더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도 덧붙였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추후 ‘대동맥혈관센터’만의 독자적인 연구 결과 및 질환에 대한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센터 설립 후 질환의 유병률, 합병률, 기법 변화, 환자 도착에서부터 수술장으로 들어가는 시간까지 점검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그것을 통해 치료 지침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대동맥질환은 빨리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기검진과 근력운동으로 질환을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복부대동맥류는 초음파로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분들은 반드시 정기검진을 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허벅지 둘레가 수명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 있다. 허벅지에 근육이 많기 때문인데, 근육이 많으면 대동맥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인 성인병 예방에 좋다. 유산소 운동도 좋지만 근력운동을 병행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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