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가정폭력방지대책이 성공하려면...

기사승인 2018-11-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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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가정폭력방지대책이 성공하려면...

지난 10월 3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낯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참고인의 신원보호를 위한 가림막이 설치되고, 칸막이에 들어가는 동안에도 언론 노출을 막기 위해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우선을 펴 유족의 얼굴을 가렸습니다. 국회법에 따라 참고인의 모습은 물론 음성도 노출해선 안 된다는 신신당부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여성가족부 국정감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사람은 강서구 전처 살해사건 피해자의 딸 A씨였습니다. 이윽고 국감이 시작되고 A씨에게 여야 의원들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은 질의 중간 감정을 억누르기 힘든 듯 한숨을 내쉬곤 했습니다. 이날 A씨를 국감 참고인으로 불러온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도 A씨의 말이 이어질수록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도 눈물을 삼켰고요. 

당시 현장에 있던 쿡기자 역시 감정의 동요를 누르느라 퍽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그날 A씨는 앳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지속적인 가정폭력과 사회의 방관의 결과인 이번 사건 이후 제2, 3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주세요. 피해자 가족의 신변 보호를 위해 법을 마련해주세요.” 

한마디 한마디가 날아와 귀에 박히는 듯 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무능한 공권력과 껍데기뿐인 가정폭력 대책에 무척 화가 났습니다. 

한 달 후인 지난 27일 진선미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보고했습니다. 주된 내용은 크게 ‘피해자 신변보호 및 지원’, ‘가해자 처벌’, ‘가정폭력 예방 및 인식개선’ 등입니다. 우선 크게 회자되고 있는 ‘가해자 처벌’ 부분을 보면 상습적으로, 그리고 흉기로 가정폭력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조치로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를 추가, 현장출동 경찰의 초동조치를 강화키로 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피해자를 위해 전문자립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자립지원금을 지급키로 한 것도 기존에는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비교적 빠르게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 것은 반갑습니다. 이제 막 대책 수립이 된 터라 법적 근거 마련 등의 단계가 남아있고, 정책 실효성을 논하기에는 이르겠지요. 그러나 경찰의 초동조치 강화 부분에선 조금 화가 났습니다.  

가정폭력을 남의 집 사정으로 여기고, 가해자를 피해자들의 쉼터로 이끌기까지 한 과거 공권력의 ‘만행’을 생각하면, 초동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찰을 중징계하는 방안이 포함되었으면 어땠을지 아쉽기도 합니다. 

내년 국감에서는 지금의 정책이 어떻게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험에서 구했는지 점검하게 될 겁니다. 적어도 국회의 질타, 국민의 분노가 무서워서라도 소관부처인 여가부와 경찰청 등은 ‘일’을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 

쿡기자는 엄마를 잃은 슬픔보다 가해자의 보복에 공포를 느낀다는 A씨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따금씩 떠오르곤 합니다. 문득 여가부와 경찰청의 일선 실무자들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일’ 늘어났다고 불평을 하고 있진 않겠지요?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습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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