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집단 폐원 가능할까?…"법적으로 불가능" vs "위법 불사"

기사승인 2018-12-04 0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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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과 정부가 팽팽히 맞서며 학부모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사립유치원들의 집단 폐원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여야는 3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이날 교육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과 자유한국당(한국당)이 자체 마련한 개정안을 병합해 심사했다. 

두 개정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회계방식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격상, 회계 관리를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골자다. 반면 한국당은 사립유치원 수입을 국가 부담금과 학부모 분담금으로 구분하고 이원화해 관리하자는 입장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과 정부 간 갈등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30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립유치원을 상대로 범정부적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유 부총리는 집단 폐원을 하겠다는 한유총에 “사적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전국의 유아와 학부모들을 협박한 것”이라며 “정부는 절대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유총 집회 학부모 동원 의혹 등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겠다고도 밝혔다.

한유총은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박용진 3법’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인 개인 재산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악법”이라며 “악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집단 폐원하겠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사립유치원의 집단 폐원이 실질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본다. 위법행위이기 때문이다. 현행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의 폐원은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폐원을 원하는 사립유치원 운영자는 적절한 사유와 아동에 대한 전원 조치 등을 명시해야 한다.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유치원 운영위원회 통과 등도 폐원 신청 요건이다. 무단으로 폐원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인 김남희 변호사는 “교육감의 허가가 없다면 폐원은 불가능하다”며 “한유총 쪽에서도 관련 법상으로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들이나 학부모를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 시·도 교육청은 정부의 뜻에 따라 유치원 집단 폐원을 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폐원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냥 폐원할 시 위법”이라며 “인지하는 즉시 교육청에서 고발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까지 서울시교육청에 폐원 신청서를 낸 사립유치원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강원도교육청에서는 “유치원 3법에 대한 반발은 폐원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우리 교육청에서는 이를 폐원 인가 사항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사 폐원이 인가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의 교육과정에 맞춰 오는 2019년 2월28일까지는 운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유총 집단 폐원 가능할까?…다만 사립유치원들이 위법을 불사하며 폐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사립유치원들이 집단 폐원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장 공동대표는 “지난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유치원의 예산 부당 집행이 적발돼 환수 조치된 금액은 산술 평균 3억300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무단 폐원하는 사립유치원이 받는 처벌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수준”이라며 “앞으로 유치원을 계속 운영해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고 환수조치 되는 것보다 지금 폐원하는 게 차라리 이득일 수 있다. 일명 ‘먹튀 폐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치원 무단폐원 119 법률지원단’(이하 119 지원단)의 손익찬 변호사는 “형사처벌 받더라도 폐원하겠다는 유치원이 119 지원단에 접수된 제보만 10곳”이라며 “학부모 동의가 없더라도 ‘무조건 폐원하겠다’는 곳도 전국에 4~5곳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치원이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로 업종을 전환할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폐원에 동의해 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폐원하는 사립유치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진용, 이소연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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