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불인 줄 알았다” 백석역 사고현장 가보니…진흙투성이에 아수라장

기사승인 2018-12-05 00: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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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불인 줄 알았어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1538번지에서 4일 오후 9시40분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2시간여가 지난 뒤 백석역 인근은 여전히 혼란 그 자체였다. 아파트 등의 난방을 위해 섭씨95도에서 110도 사이 뜨거운 물이 높이 4m 이상 치솟은 흔적이 여실히 남아있었다. 배관이 터진 장소에는 물웅덩이가 1m 높이로 패였고, 연기가 여전히 나고 있었다. 이날 사고로 현장에 고립돼 있던 차량 뒷좌석에서 손모(6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이 파악한 중화상 환자는 2명, 경상자도 20명에 이른다.

또 도로가 침하됐으며, 가로수가 넘어졌다. 주차돼있던 카니발 차량 한 대는 도로와 함께 내려앉았다. 인근 도로는 배관이 터지며 지하에서 함께 분출된 토사물로 질척였다.

사고 현장 바로 근처에 있던 건물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뜨거운 물이 순식간에 들어차며 내부는 온통 진흙 투성이었다.

사고 현장에는 경찰 수십여명과 소방차, 한국지역공사 차량, 불안감에 집 밖으로 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였다. 시민들은 각자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가족들에게 안전하다는 소식을 전하는 전화를 거는 모습이었다.

사고 현장 바로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가게 바로 앞까지 물이 차 올랐다”며 “그야말로 수증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길을 지나던 학생들이 발에 화상을 입어 차가운 물병은 5~6병 사가기도 했다. 여기서 장사한 지 꽤 됐지만 이런 사고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 권해라(60)씨는 “9시30분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물이 나오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서 배관이 파손됐다고 말해주고 뉴스가 나오길래 어떤 사고인지 보려고 나왔다”면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당장 내일 아침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옥불인 줄 알았다” 백석역 사고현장 가보니…진흙투성이에 아수라장근처에서 군고구마를 팔던 고등학생 장재연(19)양은 “수증기로 머리가 다 젖고 근처 건물이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물이 이렇게 뜨거운지 모르고 길을 건너던 사람이 발을 덴 것도 봤다. 무섭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석역 인근은 현재 교통통행이 통제된 상태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백석, 마두, 행신 등 인근 지역 2000여 가구에 공급되던 온수가 끊겼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현재 배관 양쪽 밸브를 잠그고 잔존물을 제거하는 상황”이라며 “난방 공급이 언제 복구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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