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주세요’… 박항서 인기에 한국기업 베트남서 ‘활짝’

기사승인 2018-12-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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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10년 만에 스즈키컵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베트남 전역은 거대한 축제장이 됐다. 거리 곳곳에서 국기인 금성홍기가 나부꼈고 국민들은 부부젤라를 불거나 승용차, 오토바이를 몰며 기쁨을 만끽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가 광화문을 붉게 물들였던 광경이 겹쳐졌다.

태극기를 든 채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이름을 부르짖는 이들도 있었다. 박 감독의 사진이 새겨진 대형 그림 주변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베트남 언론 ‘VN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자신의 뒷머리를 박 감독의 얼굴 형상으로 자르고 거리를 활보한 베트남도 팬도 있었다.

박 감독은 이미 베트남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통한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베트남을 U-23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로 4강 진출 신화를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쩐다이꽝 전 주석으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박 감독의 베트남 내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현지 항공사와 여행사가 박 감독의 고향인 경남 산청군을 대상으로 한 관광 상품 개발까지 나설 정도다.

박 감독과 관련한 상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대표적인 상품이 자양강장제 ‘박카스’다. 동아에스티는 ‘박카스’와 발음이 비슷한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해 지난 5월부터 베트남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그 결과 베트남 출시 4개월 만에 280만 개가 판매되며 1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신한베트남은행의 고객 수는 지난 2월 104만750명에서 11월 113만8724명으로 9.3% 증가했다. 6일 출시한 금융앱 ‘베트남 쏠’은 출시 한 달 만에 11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시안게임과 더불어 스즈키컵 결승 진출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내 위상과 함께 신한베트남 은행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박 감독을 적극적이고 다각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박 감독과 더불어 한국 문화, 음식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졌다.

아시안게임이 열린 지난 8월 베트남 GS25 편의점은 같은 기간 대비 고객수와 매출이 각각 12.6%, 13.2% 증가했다. 떡볶이를 비롯해 참치마요네즈와 전주비빔 삼각김밥 등 한국식 먹거리가 인기를 끌었다. CU 역시 한국식 토스트와 김밥 등의 매출이 늘었다.

이밖에도 베트남 내 한국행 항공권 검색량이 급증하는 등 ‘한류 열풍’이 순풍을 타고 있다. 

‘박카스 주세요’… 박항서 인기에 한국기업 베트남서 ‘활짝’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국내 기업들도 하나 둘 베트남 시장을 공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롯데마트는 아시안게임 당시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응원전을 펼치면서 생수와 음료를 무상 제공하는 등 베트남의 축구 열풍을 활용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또 전통주 기업 국순당은 최근 베트남 주요 대형마트와 업소 등에서 막걸리 병뚜껑에 축구공 디자인을 접목 시켜 판매하는 ‘스즈키컵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 내 한식당에는 축구게임용 테이블 매트를 비치하는 등 홍보에 나섰다. 

국순당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의 선전으로 한류 바람이 더욱 뜨겁게 불고 있다”며 “국순당 및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의 인지도가 상승해 관련 제품의 현지 매장 입점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박항서 효과’를 설명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관계자는 “베트남 내에서 '박항서 효과'를 본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의 높은 축구 인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항서 매직’은 현재 진행형이다. 베트남이 11일과 15일 말레이시아와의 홈앤드어웨이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하면 10년 만에 스즈키컵 정상에 오르게 된다. 

스즈키컵은 동남아 각국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다.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미 베트남 축구사에 굵직한 획을 남긴 박 감독이지만 스즈키컵 우승이 베트남 사회에 가져올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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