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CEO, 울고 웃은 무술년 기상도

기사승인 2018-12-1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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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다사다난한 무술년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KB·신한·하나·농협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높은 순익을 기록하며 지주 창립 이후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다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개별 금융사별로 채용비리 여파에서 대형 M&A까지 울고 웃을 사건들이 많았다. 이에 각 지주별 수장인 최고경영자(CEO)의 기상도를 통해 올해 각 금융지주별 사건들을 뒤돌아본다.

◇KB 윤종규, 맑아질 듯 다시 흐려진 날씨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경우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에 따라 흐린 날씨로 올해 한해를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 결과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난 5개 은행을 1월 검찰에 넘겼고 여기에는 윤종규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던 당시의 KB국민은행도 포함됐다. 특히 KB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에는 윤 회장의 처조카가 포함돼 윤 회장을 타깃으로 한 채용비리 수사를 불러왔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노조의 처벌 요구에 흐린 날씨를 보이던 윤 회장의 기상도는 6월 검찰이 윤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반전의 기미를 보인다. 여기에 KB금융이 6분기 연속 금융권 순익 1위를 차지한데 이어 2년 연속 3조클럽 가입이 확실시 되자 그의 기상도는 흐림에서 맑음으로 전환할 듯 보였다.

다만 맑음으로 끝날 것 같던 윤 회장의 기상도는 연말 KB국민은행 노조가 윤 회장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며 다시 흐린 날씨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윤 회장이 부행장을 통해 전 사외이사 김씨의 아들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인력지원부장에게 전달한 것을 두고 불기소 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신한 조용병, 맑음에서 때 아닌 소나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초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화창한 날씨로 한해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우중충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뒤늦게 드러난 채용비리 혐의와 과거 남산 3억원 사건이 재 점화되는 등 법원발 외풍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채용비리 혐의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올해 4월부터 금감원의 조사가 시작됐다. 뒤늦게 제보를 받고 신한금융의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한 금감원은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적발하고 5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문제는 윤종규 회장과 달리 검찰이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채용비리 재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점이다. 

채용비리 혐의로 흐린 날씨를 보이던 조 회장은 9월 오렌지라이프 인수와 10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잠시 날씨가 개는 듯 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조 회장의 기상도는 연말 악재가 하나 더 발생하며 다시 악화된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달 신한금융이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측에 뇌물을 건넸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

아울러 주력 자회사인 신한은행장으로서 그룹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위성호 행장이 당시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해 위증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도 조 회장의 기상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 김정태, 폭풍우 치던 날씨 맑게 개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 한해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는 기상도를 보였다. 최순실발 인사청탁 논란과 금융당국과의 지배구조 문제 갈등으로 3연임 실패 위기에 놓였던 김 회장은 연말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편안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1월 3연임에 성공해 2021년까지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다. 다만 그의 3연임을 두고 금융당국의 거부감은 상당했다. 특히 전 금융감독원장들을 중심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반발이 컸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의 회장 추천을 앞두고 “금융사 CEO의 셀프 연임은 불합리하다”며 연일 맹공을 펼쳤다. 김기식 전 원장도 참여연대 출신으로 김 회장의 3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3연임 성공에도 위태한 모습을 보이던 김 회장의 기상도는 최 전 원장과 뒤이어 금감원장에 오른 김기식 전 원장이 연달아 낙마하며 급 변화를 맞이한다. 윤석헌 원장이 5월 취임하면서 금융당국과의 관계개선에 성공한 것.

여기에 그의 입지를 흔들던 채용비리 문제도 6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종료됐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 결과 특혜 채용 추천자에 ‘김○○(회)’로 기재된 자료를 발견하고, 당시 인사부장으로 부터 ‘(회)’에 대해 회장 또는 회장실에서 온 것이라고 증언을 확보한다. 따라서 김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가 제기됐으나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종료됐다.

4대 금융지주 CEO, 울고 웃은 무술년 기상도◇농협 김광수, 맑은 날씨 유지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취임 초기 시작된 맑은 날씨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김 회장이 취임하기에 앞서 전임 회장 시절 농협금융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를 보이고 있었다.

올해 4월 취임한 김 회장은 부실채권으로 악화된 수익이 취임 시기와 맞물려 개선세에 진입하면서 맑은 날씨를 보이는 중이다. 여기에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달리 채용비리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그의 날씨를 맑게 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1조7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9%(3487억원) 급성장했다. 농협금융이 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할 경우 순익은 1조2804억원에 달한다.

이에 김 회장은 내년도 손익 목표를 50% 확대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신탁업 등 신사업에 도전장을 내밀며 화창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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