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법의 합법화 시도’가 심의대상(?)

입력 2019-0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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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법의 합법화 시도’가 심의대상(?)
이미 형사처벌까지 받은 명백한 불법행위를 합법화시키려는 시도에 행정이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본보가 10일자로 보도한 ‘전북도산지위원회 불법행위 합법화 심의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완주군 화산면에 축구장 면적의 66배가 넘는 47만 3000㎡ 규모의 공원묘지를 조성하고 있는 (재)호정공원은 허가기준인 산지복구설계기준을 위반해 2차례나 공사중지 통보를 받았고 국토법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현재도 공사중지 처분은 계속되고 있다.

허가기준에 산지 비탈면의 경우 안전성을 고려해 그 수직 높이가 15m 이하로 시공되어야 하고 이를 넘을 경우 15m 평지단을 두고 15m 단을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호정공원내 현장은 수직높이가 35m가 넘는 곳 1곳을 포함 20m 4곳, 18m 1곳 등 7곳이 복구설계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재)호정공원은 이들 위반 현장에 대해 비탈면 복구의 승인 기준을 완화해 현재의 상태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고 완주군은 이를 근거로 전북도에 지방산지관리위원회 심의를 요청했다.

첫 번째 심의 요청은 반려됐으나 2번째와 3번째 요청은 받아들여져 심의에 올려졌다. 첫 번째 심의요청 반려도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전북도가 완주군에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작년 3월 5일 두 번째 요청으로 이뤄진 첫 심의는 3일전에 갑자기 취소됐고 같은 해 11월 13일 두 번째 심의는 호정공원이 제출한 ‘안전성 검토보고서’에 대해 공공 검사기관의 검토를 전제로 보류시켰다.

두 번째 심의는 호정공원이 번번이 심의가 무산되자 국민권익위에 진정서를 제출해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권고까지 받아 이뤄졌다.

그런데 호정공원의 요구는 산지관리위의 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심의 자체가 부적정하고 설사 심의대상이라고 인정돼도 설계기준을 완화해줄 수도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파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정공원측의 논리는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42조3항과 관련한 별표6의 비고 2 ‘…산지의 지형여건 또는 사업의 성격상 위 기준에 대한 예외 적용이 불가피하거나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어 산지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완화하여 적용…’라는 규정이다.

언뜻 타당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규정을 담고 있는 별표6은 말 그대로 ‘복구설계서 승인기준(제42조제3항관련)’이다. 산지를 훼손하기 전에 사업 후 산지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기준으로 사업 시행 전 설계단계에서 산지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호정공원의 경우처럼 복구설계 기준을 위반해 복구공사를 마쳤거나 마무리 중인 현장에 대해 적용하는 것은 절차상 맞지 않으며 심의 대상도 아닌 것이다.

심의대상이라고 해도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법의 취지나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어서 법질서를 파괴하고 혼란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복구설계 기준을 위반한 현장에 대해 사후 조치로 설계기준을 완화시켜 준다면 그야말로 불법을 합법화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산지복구 공사는 불법 천지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호정공원의 사례는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기도 하다. 과연 전북도 산림당국과 산지관리위원들은 어떤 근거로 심의 대상으로 삼았는지 알고 싶다.

완주군은 산리관리위의 권고대로 ‘안전성 검토보고서’에 대해 시설안전공단에 적정성 검토를 의뢰해 적정 통보를 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다시 산지관리위원회 심의 요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지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이번 건에 대해 과연 전북도와 전북산지관리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하다.

호정공원과 완주군, 전북도, 전북산리관리위 등의 논리대로라면 복구 설계기준을 위반한 현장에 대해 복구 설계기준을 위반할 수 밖에 없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찾아주고 합법화시켜주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신성용 기자 ssy147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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