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지역민 “우리도 여기 집값 미쳤다고 생각해요”

고강도 부동산 규제 비웃 듯 집값 고공행진…오를땐 1억 내릴땐 1천만원

기사승인 2019-01-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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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강남 집값 미쳤다고 생각해요”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강남 고가아파트 거주자 A씨는 최근 강남 집값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발표 후 서울 강남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 자료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집값 하락은 딴 세상 이야기다. 호가를 떨어트린 일부 매물이 소진되고 재건축사업 등에 속도가 붙으면, 집값은 제자리를 찾다 못해 더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존재했다. 괜히 강남이 아니었다.

◇강남 집값, 하락세에도 ‘끄떡없어’

최근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집값 분석 자료는 서울 강남 집값의 오름폭이 꺾이고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실제 강남 분위기는 다르다. 매도·매수 문의는 크게 줄었지만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꺾인 채 활발히 거래되거나 추가로 내리면서까지 급하게 처분하려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 

KB부동산의 ‘1월 단위면적당 아파트 평균가격' 자료를 보면, 강남구가 3.3㎡당(공급면적 기준) 평균 5329만5000원으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았다. 정부 규제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고점(5362만원) 이후 하락했으나 하락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강남구 다음으로 서초구(4775만1000원), 송파구(3686만1000원) 순이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나 주민들도 실제 강남 고가아파트는 정부 규제에도 아랑곳 않고 하락폭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아 설명한다. 강남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든 건 맞다”면서도 “다만 오를 때 월 1억씩 오르던 집값이 내릴 땐 1000만원 가량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2017년 5월 기준 강남·서초·송파 내 거의 모든 아파트가 한 달에 1억씩 꾸준히 올랐다”며 “강남치곤 저렴하다는 롯데캐슬클래식만 해도 11억4000만원(84㎡)이었던 아파트가 현재 18억까지 찍었다. 1년 새 7~8억 가량 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초동 B아파트 입주민은 “솔직히 우리도 여기 살고 있지만 강남 집값이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팔 때는 조금이라도 웃돈을 얹어 팔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우리라고 집값이 마냥 오른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남구 C아파트 입주민도 “84㎡이 20억까지 가는 건 사실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국민 생활수준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니 장기적으로 본다면 집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겠지만, 현재 한국 경제수준에 해당 집값은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강남 지역민 “우리도 여기 집값 미쳤다고 생각해요”◇“떨어져도 다시 오를 것…시기의 문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및 일부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강남불패 신화를 맹신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호가를 떨어트린 일부 매물이 소진되고 추진 중인 재건축사업 등에 속도가 붙으면, 강남 집값은 제자리를 찾다 못해 더 치고 올라갈 것으로 내다본다. 아무리 정부의 각종 규제가 시장을 옥죄도 강남 앞에선 무효하다는 생각이 짙다.

서초구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가 평당 1억에 거래됐다고 논란이 됐을 때, 많은 공인중개사들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며 “현재 고점을 찍은 아파트 평당 가격이 8000만원 수준인데, 이번에 꺾여도 분명 다시 오르는 시점이 올 테고 그 때가 되면 지금의 고점을 경신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또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부의 계속되는 규제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시세에 대해 ‘1건의 거래가 곧 시세’라고 설명했다.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라는 거 별 거 없다. 수요자가 그 금액을 주고 집을 사면 그게 시세다”라며 “내리막인 시점에서는 아파트들의 평균치로 시세를 결정할 수 있겠지만,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오름세인 상황에서는 거래가 1건만 일어나면 그게 시세가 된다. 실제로 그렇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니까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술적으로는 아파트가 오래되면 감가상각 되어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현실의 강남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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