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기자의 트루라이프] “새들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해요” 하남 고니학교 서정화 교장

기사승인 2019-01-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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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자의 트루라이프]  “새들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해요”  하남 고니학교 서정화 교장

-2003년 철새학교 시작으로 고니학교’ 16년 차 운영-

-당정섬· 한강지류 등 겨울철새 도래지 알린 장본인-

-고니 수백 마리 외 참수리, 흰꼬리수리, 호사비오리등 희귀 조류 장관-

[곽기자의 트루라이프]  “새들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해요”  하남 고니학교 서정화 교장

배고픈 녀석이 먼저 와서 먹는 겁니다.”

하남시 고니학교 서정화 교장(56· 이하 서 교장)은 한강 미사리 인근에 위치한 당정섬에서 먹이활동이 한창인 고니들을 가리키며 겨울철새 탐조에 나선 어린이와 부모에게 상세하게 설명한다.

40년 가까이 새를 촬영하고 모니터링 한 새 박사 서 교장은 서열보다는 굶주린 놈이 달려들어서 먼저 먹이활동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힘센 놈이 달려들어 밀쳐내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두머리부터 서열대로 먹는다는 상식은 오답이라며 필드에서 평생을 살아온 생태 전문가답게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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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당정섬 건너편 탐조대 옆에서 조류전문가 서 교장이 열심히 고니를 비롯 겨울새들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당정섬은 하남시의 대표적 자연형 생태하천인 덕풍천과 산곡천이 한강의 물줄기와 만나는 팔당대교 바로 아래 위치한 조그마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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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섬은 지난 1986년부터 10여 년간 한강종합개발사업에 따른 골재 채취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자연적인 퇴적작용으로 다시 생긴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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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수심이 앝은 당정섬은 다양한 미생물과 수서곤충, 어류의 서식으로 먹이가 풍부하고 강폭이 넓어 겨울철 큰고니를 비롯해 겨울철새에게 최적의 먹이터이자 쉼터로 자리 잡았다.

수도권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당정섬 주변에는 매년 겨울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천연기념물201-2), 참수리(천연기념물243),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243), 호사비오리(천연기념물448), 비오리, 청둥오리 등 40여 종의 겨울철새 5천여마리가 찾아들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참수리는 우리나라를 찾는 개체 수가 평균 7마리밖에 안될 정도로 귀한 새인데 이 중 평균 5마리가 당정섬 주변에서 겨울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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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당정섬은 고니류 외에도 국내 최대 참수리, 흰꼬리수리의 월동지로 알려지면서 탐조객과 생태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 교장은 이곳 당정섬과 덕풍산곡천 주변을 겨울 철새 도래지로 부각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지난 1994년 겨울부터 큰고니(멸종위기야생동물2) 28마리 관찰을 시작으로 90년대 말에는 60여 마리, 2000100마리, 2010년부터 지금까지 평균 300마리 넘게 관찰하고 봄이 되어 번식지로 돌아갈 때까지 모니터링 하면서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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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장은 한강유역은 물론 수도권에서 큰고니 무리가 가장 많은 곳이라며 해마다 당정섬을 찾는 개체수가 늘었는데 올해는 번식지에서 번식에 실패했는지 새끼들이 불과 78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걱정했다.

서 교장은 당정섬 일대에서 큰고니 등 겨울 철새를 탐조하고 관찰할 수 있는 고니학교를 지난 2003년 철새학교로 시작해 16년 차 운영(11~2)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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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환경교육센터(푸른교육공동체 부설) 내 고니학교는 2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겨울철새 탐조여행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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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프로그램은 하남유니온타워에서 영상을 감상하고 전망대에 올라 새들에 관해 기본 교육을 받은 후 당정섬과 산곡천 일대 현장을 돌면서 겨울철새를 관찰한다.

고니학교에서는 하남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고구마 800kg, 1t, 물고기 300kg 등으로 매주 토요일 먹이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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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장은 이 지역은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야생조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면서 매년 잊지 않고 이 곳을 찾는 귀한 손님을 위해 습지보호구역 지정 등 그들이 안심하고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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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

 광택이 나는 푸른 깃털에 긴 부리를 가진 물총새를 처음 본 기억은 너무 강렬했어요.”

형들을 따라 한강 하류인 난지도에 놀이삼아 새 구경을 다니던 11살 소년 정화는 그물에 걸린 다양한 새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서너 살 많은 동네 형들은 모래내에서 불광천을 따라 한 시간 넘게 걸어서 난지도에 새를 잡으러 다녔다. 쓰레기가 매립되기 이전인 1970년 초반 한강과 합수지점인 난지도 주변은 새들이 많았다. 분뇨처리장이 있었던 이곳에는 한강에서 밀물이 하천으로 유입되었다가 물이 빠지면 다양한 부유물들이 나뭇가지에 걸리거나 떠 다녔다. 새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풍부했던 셈이다. 서정화 씨는 그물로 잡은 새들을 형들이 어디엔가 팔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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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박사 서정화 씨는 물새류를 보고 하늘에 떠 있는 솔개도 보면서 처음 새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로는 혼자 산에 다니며 산새도 보고 둥지 속 새알도 유심히 관찰하면서 새들과 인연을 맺었다. 새에 관해 늘 호기심 가득했던 소년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당시 이대자연사박물관에서 근무 했던 조류 전문가 이정우 선생이 들려준 새 이야기를 통해 새와 자연에 대한 동경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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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은 그를 자연스럽게 대학 생물학과(1983년 입학)로 이끌었다. 서 교장은 군대를 제대하고 1985년도 가을학기에 복학했다. 그는 자신이 늘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이정우 선생을 찾아가 새 박제와 표본작업을 배웠다. 이 시기는 또한 전국 각 대학에서 하나 둘씩 야생조류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태동기였다. 서 교장도 복학 이듬해인 ‘86년도 봄 자신이 다니던 대학에서 야생조류 동아리를 만들어서 회장으로 열심히 활동했다. 선배가 사용하던 아사히펜탁스 카메라와 망원렌즈도 이 시절 구입했다. 당시 야조회 회원들의 낙동강, 금강, 강화 등 주요 철새도래지 관찰 및 연구 성과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연례보고서는 귀중한 학술자료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낙동강 모니터링은 30년 넘게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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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새 속에 파묻혀 대학 생활을 마친 서 교장은 대학원으로 진학을 고민하다가 결국 지인의 권유로 1990년 여름 국민서관에 자연과 어린이사진팀으로 입사해 생태사진분야를 담당한다.

새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망원렌즈와 기동성 좋은 카메라가 필수 인데 회사 장비는 스튜디오 촬영 위주의 대형카메라 밖에 없었다. 서 기자는 장비 구입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회사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서 교장은 비밀이라며 한번은 촬영을 나가서 회사 카메라를 일부러 고장 낸 후 필요한 장비를 구입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회사는 어쩔 수 없이 거금을 들여 펜탁스 645 바디에 광각에서 초망원 렌즈까지 풀세트를 장만해줬다. 사진에 욕심이 많았던 서 교장은 추가로 개인장비를 구해 마음껏 산과 들을 누볐다. 회사에 누를 끼쳤지만 그만큼 수준 높은 사진으로 충분히 회사에 이익을 주었다고 서 교장은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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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조금 넘게 회사 생활 한 후 94년 가을 퇴사 후 본격적으로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최고의 장비와 실력을 겸비한 서 작가는 생태 사진 뿐 아니라 인물, 풍경, 이미지 컷 등 다양한 사진 작업을 했.

서 교장은 필름 라이브러리 그라피카와 독점개인작가 계약을 맺으면서 원고료도 많이 받았다. 필름 원고 판매 실적이 항상 최상위였다. 서 교장의 실력을 인정한 그라피카 사장은 서 교장 결혼 당시 아무 조건 없이 삼천만이나 빌려줬다.

디지털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0년 초반까지 서 교장은 원고판매 수입과 사보, 월간지, 카렌더, 전집시장에서 그의 원고를 찾는 사람이 많아 연 수입이 보통 08개나 통장에 찍혔다고 자랑한다. 얼른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억 단위다. 필요한 장비도 최상급으로 구입하고 정말 신나게 일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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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날아오는 개체수도 처음 카운트해서 세상에 알렸고 멸종 된 크낙새 사진도 그가 19892월 마지막으로 광릉수목원에서 촬영했다. 1994년 겨울, 하남에서 고니 가족 발견 등 기자는 아니지만 새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특종도 많이 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의 굴곡이 있듯 잘 나가던 서 교장도 IMF 영향으로 사보, 월간지, 전집시장이 하나둘씩 무너지면서 서서히 그의 통장 0의 숫자도 따라서 지워졌다. 더욱이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원고 가격도 급격히 떨어지고 그의 사진을 찾는 사람도 차츰 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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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서 교장은 2001년 발간된 저서 새의 비밀이 꾸준히 알려지고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강의와 모니터링 의뢰가 꾸준히 이어졌다. 그는 다시 새 사진 작업에 전념하면서 어린 시절 이후 많은 시간을 함께한 하남의 생태보존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에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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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동반하는 삶, 그가 하고 싶은 일-

서 교장과 함께 철새도래지 보호와 환경교육운동을 15년 가까이 함께 펼쳐온 푸른교육공동체 윤규승 고문은 서정화 선생은 하남의 환경지킴이 중에서도 중심에 있는 분이다. 주변에 정치적 명망가들은 많지만 그들은 언제든 변동이 많다. 서 선생처럼 묵묵히 지역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미력하지만 서 교장 같은 분이 지치지 않고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게 나의 임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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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교육공동체 공동대표이기도 한 서 교장은 하는 일도 하고픈 일도 그를 찾는 사람은 너무 많다. 그는 24시간을 48시간처럼 쪼개 써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

새 사진을 찍고 모니터링 하는게 그의 주요 업무지만 그는 새나 자연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부르면 어디든 달려간다. 자신이 맡아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수십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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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학교, 남이섬 딱따구리학교, 그린새투어의 남산의 새 인공새집 시민모터링단’, 시화호, 화성호, 부천식물원, 군포 초막골생태공원, 길동생태공원, 고덕수변생태공원, 순천생명의 숲 모니터링 및 교육 프로그램 진행 등 이루 손꼽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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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고니를 하남시의 시조(市鳥)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니는 자연이 만들어준 하남의 자산입니다. 천연기념물 큰고니를 시조로 선정함으로써 시민들도 청정도시 하남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고니에 대한 관심을 통해 시에 대한 애정과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파트 거실 밖 떠오르는 아침 해 사이로 고니가족이 한가로이 날고 강가를 거닐며 물새들과 나란히 산책하는 모습이 얼마든 실현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이제 오랜 시간 기다려서 한컷의 사진을 얻는 작업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저서나 교육을 통해 자연과 소중함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방점을 찍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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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화 교장의 희망은 그의 인품처럼 소박하다. 자신의 평생 친구인 새들과 자연이 주는 작은 감동에 함께 행복해하는 친구 만 명을 만드는 것이 그가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다.

 

하남=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서정화 작가/ 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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