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없는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니코틴은 똑같다”

英 연구서 금연 효과 확인했지만 한국에선 상황 달라

기사승인 2019-02-13 0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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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안전성 검사 필요해
식약처, 전자담배 수입 대비 담배법 개정 추진

최근 새로운 형태의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특히 전자담배 회사 쥴랩스의 ‘쥴(JUUL)’은 미국에서 ‘담배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릴 정도이다.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약 70% 이상이다. 아직 정식적으로 한국에 진출하진 않았지만, 일부 애연가들은 현지 또는 대리 구매를 통해 이용하고 있다.

다만 국내 출시는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쥴이 국내에 들어오기 위해선 니코틴 함량부터 낮춰야 한다. 타르는 없지만 니코틴 함유량은 국내 허가 기준치(2%)를 넘어선 3~5%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2% 이하로 기준치를 맞춰 이미 출시했고, 쥴랩스는 지난해 12월 한국법인 쥴랩스코리아유한회사를 설립, 이를 위해 관련 상표권을 특허청에 제출한 상태이다.

문제는 ‘쥴’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데다 액상형 담배가 우리나라 담배법상 담배로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이 포함되지 않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에 빠르게 퍼질 수 있다. 더불어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여기는 인식 속에서 ‘쥴’이 국내로 들어올 경우 국민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청소년 유혹하는 쥴, SNS에서는 10대 문화 중 하나

쥴은 액상을 충전하거나 희석한 용액을 판매했던 기존의 전자담배와 달리 USB 모양의 디바이스에 액상 카트리지를 끼워 피운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노트북 등으로 1시간이면 충전이 완료되고, 과일, 사탕, 민트 등 달콤한 향이 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쥴은 미국 청소년과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대유행하고 있으며, 흡연을 위한 수단보다는 일종의 문화처럼 이용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SNS)에 ‘쥴링(Juuling, 쥴을 하는 행위)’이 태그된 게시물만 수만 건에 이른다. 

 

‘쥴’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니코틴의 영향이 크다. 타르가 없지만 니코틴 함량이 많기 때문에 담배보다 중독성이 강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흡연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 전혜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많은 연구에서 가향담배가 담배에 입문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중독성도 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쥴도 마찬가지다”라며 “특히 니코틴은 담배 맛을 결정하는데, 일반 담배의 니코틴 함량은 2%인 반면 쥴은 5%까지도 간다. 니코틴이 엄청 많이 들어가 있는 건데, 그만큼 중독성이 강해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그러다가 흡연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고, 실제로 미국에서는 일반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청소년들이 늘기 시작했다”며 “팬시한 디자인과 맛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쥴을 하는 행위를 하나의 문화처럼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지에서 직접 구매해 피우거나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청소년 흡연 문제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보고, 이를 막기 위한 정책 계획을 수립했다. 쥴랩스에는 ‘쥴’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요청한 상태다.

◇英 연구에선 ‘금연’에 도움,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혼용하는 한국과 사정 달라”

반면 영국 등에서 발표된 다수 연구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된다.

최근 런던퀸메리대학교 피터 하젝(Peter Hajek) 교수가 발표한 한 연구에서는 약 900명의 흡연자 중 전자담배를 이용한 집단에서 니코틴 대체 요법을 한 집단 대비 두 배 가까이 높은 금연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영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사용하고 있는 국가다. 전자담배로 금연을 하려는 분위기가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제품 안전성 검사에서부터 관련 정책까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전자담배를 기존 궐련형 담배와 같이 쓴다. 금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또 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제품이 팔렸는지, 안전성은 확인됐는지 알 수 없어 관리가 되지 않는다. 국가가 금연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전자담배의 금연효과도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또 “전자담배 독성이 일반 담배나 약보다 적을 수도 있겠지만, 독성은 100을 먹으면 쓰러지고 200을 먹으면 죽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고 개인마다 다르다”면서 “특히 전자담배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30~40년은 더 지켜봐야 한다. 영국의 연구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르 없는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니코틴은 똑같다”

◇타르 없으니 괜찮다? 니코틴은 심뇌혈관질환 유발인자 

이 센터장은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모든 전자담배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담배법상에는 궐련형 담배에 있는 천연니코틴, 즉 담뱃잎에서 추출한 형태의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만 담배로 분류하고 있다. 합성니코틴 ‘쥴’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는 “담배 규제 정책이라는 것은 니코틴, 즉 모든 종류의 담배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라며 “천연이든 합성이든 니코틴이 추출되는 과정이 다를 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다. 니코틴이 직접적으로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질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 연기에 7000여 가지의 유해물질과 발암물질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전자담배에 타르가 없고, 담뱃잎을 직접 태우는 방식이 아니라서 궐련형에 비해 유해물질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니코틴은 각종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해외 전문가들도 니코틴은 청소년의 뇌 및 폐 발달을 저해하고, 전자담배는 흡연 대체제가 아닌 흡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전혜란 교수도 전자담배는 흡연을 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 금연보조제로 사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 교수는 “타르는 담배의 대표적인 유해성분 중 하나다. 그런데 사람들은 니코틴이 얼마나 몸에 나쁜지 모른다”며 “전자담배는 이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 타르가 없어 유해성이 적다고 하지만,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의 가장 큰 위험인자가 흡연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자담배가 니코틴 패치, 껌과 다른 이유는 니코틴의 중독 성분 때문이다. 흡연은 한 번에 많은 용량이 체내에 흡수되는데, 그게 중독을 일으킨다”며 “패치는 24시간 피부에 붙이는 거라 적은 양이 서서히 흡수된다. 금단현상을 조절하는 보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중독을 끊어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쥴’의 한국 상륙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소관의 담배사업법에서는 담뱃잎을 원료로 제조한 경우만 담배로 취급한다. 이에 따 담뱃잎 유래 ‘천연니코틴’은 담배사업법으로, ‘합성니코틴’은 환경부가 화학물질관리법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식약처는 담배 관련 소관 법률이 없으며, 기재부 등의 협조요청에 따라 담배유해성분 분석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담배사업법과 복지부 소관의 국민건강증진법에서 식약처에 ‘담배유해성분 분석 및 정보공개’ 업무를 위탁하는 법률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에 있으며, 국회에서 통과되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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