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서 쇼 등 응원가, 다시 들을 수 있나

야구장서 쇼 등 응원가, 다시 들을 수 있나

기사승인 2019-02-18 22: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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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가요를 편곡, 개사한 응원가가 다시 프로야구 경기장에 울려 퍼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작곡가의 사전 동의 없이 노래를 변경한 응원가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박상구)는 18일 윤일상 씨 등 작곡-작사가 21명이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한 4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윤일상 씨 등 작곡가들은 삼성라이온즈가 음악저작물을 야구 응원가로 사용하면서 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허락 없이 악곡 또는 가사를 일부 변경·편곡·개사해 동일성 유지권 또는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삼성라이온즈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윤씨 등의 ‘쇼’, ’운명’, ’슈퍼맨’ 등의 악곡을 일부 변경하거나 개사해 응원가로 사용해왔다.

그동안 야구팀들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음악저작물 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료를 지급해왔지만, 2016년부터는 원곡의 일부를 편곡, 개사하면서 이같은 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야구장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음역대를 좀 높게 하거나 박자 템포를 좀 빠르게 변경한 것으로, 음악전문가가 아닌 관객들로서는 기존 악곡과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일부분을 다르게 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음악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인 변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사를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원래 가사 중 창작성이 있는 기존 표현이 잔존해 있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가사를 만든 경우, 변경된 가사는 독립된 저작물로 볼 수 있다”며 동일성 유지권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밖에도 성명표시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의 음악저작물은 주로 야구선수가 등장하는 동안, 투수가 공을 던지고 재정비하는 동안 사용돼 음악저작자들의 성명을 일일이 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한국야구위원회와 전 구단이 잠정 중단시킨 선수 등장곡 사용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다른 6개 구단을 상대로 한 별개의 저작 인격권 침해 소송이 남아 있다. 이에 KBO는 2016년 등장한 저작 인격권이라는 개념을 몰라 발생한 일이라며 또 다른 소송의 결과와 관계없이 작곡·작사자들과 앞으로도 원만하게 합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구단을 필두로 구단들이 저작 인격권 침해 소지가 있는 가요보다는 응원단 창작곡, 클래식 음악, 작곡·작사자들과 사용을 합의한 일부 노래를 바탕으로 응원곡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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