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는 실패했지만…해외로 도주한 고위 공직자들

김학의는 실패했지만…해외로 도주한 고위 공직자들

기사승인 2019-04-04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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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는 실패했지만…해외로 도주한 고위 공직자들해외 도피는 논란의 정점에 선 고위 공직자들이 사용하는 단골 면피 수단이다. ‘별장 성폭행’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도 최근 출국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고위 공직자의 해외 도피 시도가 계속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2일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려 했다. 그러나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결국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김 전 차관은 “해외 도피 의사가 전혀 없었다”며 “태국의 지인을 잠시 방문하고 돌아올 계획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예매하지 않고 공항에서 직접 심야 시간대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점, 그리고 애초 방콕행이 아닌 말레이시아행 항공권을 구매하려 했다는 점 때문에 ‘야반도주’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도피성 출국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계엄령 문건 기획자로 알려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내란음모와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지난 2017년 12월 조 전 사령관은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인들에게 “살아서 한국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군검합동수사단은 지난 1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조 전 사령관의 혐의가 정치, 군사, 종교, 인종적 성격의 사건 취급을 금지한 인터폴 헌장 3조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도 해외 도피 논란에 휩싸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 201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논두렁 시계’ 보도 의혹 재조사에 나서자 9년 동안 다니던 로펌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전 부장은 고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의혹을 언론에 흘린 인물로 지목된다. 도피 의혹이 일자 그는 “여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20년 넘게 해외 도피를 한 인물도 있다. 조홍 전 육군본부(육본) 헌병감(육사13기·준장 예편)은 검찰이 전두환, 노태우씨 등 신군부 세력에 대해 군사반란 및 내란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하자 지난 1995년 캐나다로 도피했다. 3일 한 매체 보도에 의해 조 전 헌병감이 노환으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의 사망신고서는 지난 2월 국내로 송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할 방침이다.

논란의 정점에 선 고위 공직자가 출국해버리면 수사는 곤경에 빠진다. 정부는 ‘범죄인 인도 청구’ 등 국내 소환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당사자가 체류 국가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검거·체포 등으로 신병을 확보했더라도 국내 송환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수사를 무력화시킨다는 이유로 조 전 사령관에 대한 현상금 3000만원을 내걸기도 했다.

고위 공직자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은 지난달 25일 김 전 차관을 향해 “전직 고위 검사가 위원회 조사에 협조는커녕 심야 0시 출국이라니”라며 “도대체 국민들을 무엇으로 보고 그랬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법조 전문가는 해외가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준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인도 절차가 복잡하고 오랜 시간 소요된다는 허점을 노려 해외 도피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성격의 범죄는 인도 승인을 받기 어렵지만 살인, 납치, 성 관련 범죄는 인도 절차가 수월한 편”이라면서 “관련 범죄를 적극적으로 규명하면서 당사자의 소재지를 파악해 송환에 주력해야 한다. 어느 곳도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도피를 사전 차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조 전 사령관과 조 전 헌병감 등 고위 공직자가 해외로 도주할 당시 정부가 사전에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았던 것도 문제”라면서 “신속한 수사로 범죄자의 해외 출국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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