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의원 재산 증식과 라면 한그릇

기사승인 2019-04-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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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국회의원이 국회의원회관 1층 매점을 찾아 3000원짜리 ‘라면 한그릇’을 국물까지 싹 비웠다. 식사 중에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여는 중년 남성의 모습과 다름없어 보였다. 약간 허름한 양복을 입고 있어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

이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A의원이었다. 그가 왜 의원회관 분식점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다. 배가 고팠을 수도, 아니면 소탈한 모습을 연출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다만 그의 모습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이런 소박했던 그를 달리 보게 됐던 계기가 국회의원 재산이 공개되면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최근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국회 공보를 통해 국회의원 289명의 2019년 정기재산변동사항을 공개했다. 국회의원 289명의 총 재산은 1조1111억원으로, 평균 38억4466만원으로 확인됐다. 웬만한 중견기업의 자산에 맞먹는 수준이다. 1억원 이상 재산이 증가한 국회의원도 149명으로 절반이상이다.

1억원 이상 재산이 증가한 의원 중에는 A의원도 있었다. 그의 재산은 10억4064만원으로 1년새 1억9089만원이 늘었다. 재산 증가액은 국회의원 연봉(2019년 기준 1억470만원)을 한푼도 안쓰고 저축했다고 해도 모을 수 없는 돈이다.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의 가치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A의원측은 재산증가분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A의원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 지원활동을 하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개정안 등 서민과 관련된 수많은 법안을 발의하며 초선으로서 드물게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그를 보는 시선은 예전만 못하다. 여성의 국방의무 이행과 관련해 남성혐오 급진 페미니스트 성향을 가진 소위 ‘메갈’을 옹호했다며 공격을 받았다. 또 3월초 지역구인 은평구 은행에서 기다리는 사람 많은데 새치기하며 창구직원한테 먼저 자신의 업무를 처리해 달라고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A의원이 같은 시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있었다고 반박하며 일단락됐다. 

서민적이고 국민 친화적으로 보였던 A의원에 대한 잇따른 논란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왜 그에게 이런 구설수에 오르내리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A의원이 구설수에 반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회 입성할 때의 초심을 되돌아봐야 하는 건 아닐까.

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집착한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해수로 3년째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경기 침체는 계속되고 있고 일자리도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회는 서민 및 국민의 삶과 관련된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과거 정권과 다를 바 없어 정쟁을 일삼는 모습이다.

국민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적폐 청산과 정쟁이 아니라 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과감히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또 수십억원의 재산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재산 증식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주머니를 채워줄 묘안을 여야를 떠나 찾길 바란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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