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까지 너도나도 '요양병원'

대학병원들까지 너도나도 '요양병원'

동아대 이어 아주대까지… 의료전달체계 확립? 파괴? ‘갈등’

기사승인 2019-04-11 08:04:58

대학병원을 소유한 재단들이 최근 요양병원 건립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비난의 목소리가 내외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상생보다는 독자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환자에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어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상급종합병원인 동아대학교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동아학숙은 지난 2일, ‘대신요양병원’을 병원 내 부지에 개원했다. 대학병원이 급성기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하고, 재활 등의 단기회복이 필요한 아급성기 환자들을 요양병원에서 담당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재단 관계자는 10일 “총 330병상에 신장투석실과 재활시설을 갖춘 재활 특화 요양병원으로 개원 초기인 지금은 5명의 의사와 간호사 30명,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20명 등의 인력을 확보하고 100병상을 먼저 열었다”며 “단계적으로 운영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장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요양병원 개원을 백지화하라”는 성명을 냈다. 협회는 “330병상을 갖춘 동아대 대신요양병원의 개원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의료생태계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참담하다”고 평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을 두고 요양병원 시장에 진입하는 행태는 중증질환자 진료에 집중하지 않고 거대자본을 앞세워 아급성기환자, 만성기환자까지 독식하겠다는 것으로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골목식당을 빼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의료전달체계 파괴행위”라며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만 더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은 희귀성 질병, 합병증 발생가능성이 높은 질병, 치사율이 높은 질병 등 난이도 높은 중증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를 치료하고 연구를 하기 위해 지정됐다. 정부는 이런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라며 종별가산율 30%를 지급한다”면서 “동아학숙의 요양병원 개원은 시작에 불과하다. 여러 대학병원이 개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동아학숙에 뒤를 잇는 후발주자로는 아주대학교병원 재단인 대우학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학원은 아주대병원과 조금 떨어진 부지에 500병상 규모의 재활 특화 요양병원을 건립하고 있다. 개원은 당초 오는 7월에서 내년 상반기로 일부 늦어졌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별도의 의료법인으로 병원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의료인력간의 교류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주대병원 소속 의료진들에게도 요양병원 개원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 등은 아직 전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주대병원 한 교수는 “개원에 대한 소문만 있었을 뿐 얼마 전 교수회의에서도 요양병원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 다만, 몇몇 대학병원 소속 교수들이 이동한다는 얘기도 들린다”면서 “소속은 재단 소속이겠지만 사실상 운영은 병원에서 할 텐데 상급종합병원으로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지방중소병원장도 “(대학병원의 요양병원 설립은) 해도 해도 너무한 짓”이라고 평했다. 환자쏠림이 심한 대학병원이 돈벌이를 위해 요양병원을 추가병상처럼 활용하는 병상가동률 극대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대학교수급 의사의 진료와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한 재활과 회복을 기대할 수 있어 환자 개인에게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재단의 돈벌이에 장기적으로는 환자들이 갈 곳을 잃고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할 수도 있다”며 “법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정부의 요양병원-시설 기능재정립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요양병원협회도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의료전달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의료시장질서를 감시·감독해야할 보건복지부가 심각성과 부작용을 인식하지 못한 채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대학의 요양병원 시장진입을 묵인한다면 의료시장 정상화를 위해 1500개 요양병원, 국민과 연대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정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0일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요양병원의 기능재정립의 개괄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환자 중심의 통합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요양병원을 기능별로 재분류해 사회적 입원을 줄이면서도 급성기-회복기-유지기로 이어지는 환자치료의 사각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복지부는 조만간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요양병원의 기능을 일반재활과 암재활, 일반요양, 호스피스에 치매 등 뇌신경학적 질환자의 장기치료와 입원까지 포함한 다섯 분류로 나누는 등 중장기적 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에 대학병원들이 일련의 계획을 겨냥해 재활의료기관을 표방한 요양병원을 설립하는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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