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피의자 평소에도 이상행동 보여

동네 주민 수시로 경찰에 신고, 자비로 CCTV 설치까지

입력 2019-04-17 12: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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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피의자 평소에도 이상행동 보여

17일 새벽 경남 진주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살인 사건 피의자가 평소에도 주민들을 상대로 이상행동을 보여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4시30분께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안모(42)씨가 자신이 살던 4층 집에 불을 질렀다.

안씨는 연기에 놀라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12살 아이와 18살 학생 등 아파트 주민 5명이 숨졌다.

흉기에 찔리거나 연기를 마신 부상자도 13명이나 됐다.

다친 사람 중에는 숨진 12살 아이의 어머니도 있었다.

안씨는 20분간 경찰과 대치하다 붙잡혔다.

이 아파트 주민과 관리사무소 측에 따르면 안씨는 2015년 12월께 이 아파트로 이사왔다.

기초생활수급자이던 안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9월부터 위층 주민들을 상대로 이상행동을 보였다.

안씨는 관리사무소에 “5층 주민이 자신의 집에 벌레를 넣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장을 확인하면 위층 집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말했다.

안씨의 이해하기 힘든 이상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위층 주민들이 사는 집과 엘리베이터에 인분을 뿌리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누구의 소행인지 조사했지만, 이 당시에는 인분을 뿌린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

최근까지 계속된 안씨의 이상행동에 주민들은 112에 자주 신고했다고 했다.

안씨는 지난달 위층 집과 엘리베이터에 간장류를 투척하는 소동을 벌여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현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안씨는 또 이 사건으로 숨진 18살 학생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갈 때 뒤따라가기도 했다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진술했다.

5층 주민은 자비를 들여 자신의 집 앞에 CCTV를 달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CCTV 영상에는 안씨가 이 여학생 집 앞까지 쫓아가 행패를 부린 장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증언을 비춰보면 안씨는 평소 이 아파트에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이 사건 현장에는 ‘예고된 범죄’였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찰은 검거 직후 “임금체불 때문에 그랬다”는 안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안씨가 조현병을 앓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진주경찰서는 오후 2시께 브리핑을 열 예정이다.

진주=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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