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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또 면세점’…황금알 거위는 왜 치킨이 됐나

황금알 거위는 왜 치킨이 됐나

한전진 기자입력 : 2019.05.18 05:00:00 | 수정 : 2019.05.17 20:45:40

몇 해 전만 해도 면세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다. 중국 단체관광객인 유커는 끊임없이 한국으로 몰렸고, 이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신사업으로 각광받으며 기업들은 면세점 특허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승자는 핑크빛 미래를 향한 축배를 들었다. 지난 2015년은 한국 면세史에서 ‘1‧2차 면세 특허 대전’이 벌어진 해로 기록됐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사드 사태가 벌어졌고 유커는 한순간 종적을 감췄다. 대신 ‘되팔이’ 상인인 따이공이 면세점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사실 거위의 배는 이때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따이공은 면세점 입장에서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다. 싹쓸이 쇼핑으로 객단가가 높지만, 송객수수료라는 일종의 리베이트성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국내 면세업계는 이 ‘따이공’ 덕분에 사드 혹한기를 버텨낼 수 있었다. 관광은 뒷전이지만 면세상품에 목마른 따이공 덕에 매출은 끝없이 치솟아만 갔다. 현재 면세점 고객의 70% 이상이 이 따이공으로 추정된다.

역시 황금알이구나 싶다. 하지만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따이공의 암(暗) 역시 국내 면세업계를 잠식해 가고 있는 탓이다. 따이공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이에 따른 송객수수료 규모도 늘고 있다. 현재 송객수수료 규모는 2017년 1조957억원에서 지난해 1조2767억원으로 증가하며 매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출이 높다 한들, 상당 부분 다시 수수료로 지출되는 구조인 것이다. 면세업계를 두고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줄을 늘어선 따이공의 모습.

현재 면세업계는 따이공 유치를 위해 송객수수료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른 면세점 간 양극화 문제도 불거진 상태다. 소위 따이공의 입맛에 맞는 곳만 매출이 오르고 있다. 따이공은 많은 종류의 물품과 물량을 갖춘 롯데‧신라‧신세계 등의 대형면세점을 선호한다. 자본력이 곧 면세사업 성공을 결정짓는 잣대가 됐다.  

이들을 제외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두타면세점, SM면세점, 동화면세점은 적자가 쌓여만 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갤러리아가 3년 5개월 동안 1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면세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악화하는 송객수수료 경쟁에 향후 사업성이 불투명 하다고 본 것이다. 갤러리아면세점이 위치한 여의도는 따이공의 발길도 닿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서 정부가 면세점을 늘린다는 방침을 밝혀, 향후 면세점 간 ‘치킨게임’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하나는 망해야 하나는 살아남는 극한의 생존게임이 펼쳐지게 됐다. 올해 서울에만 3개가 더 추가된다.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간의 송객수수료 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소모적 경쟁은 국내 면세업계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치킨게임의 과정에서 결국 웃는 것은 중국 상인인 따이공이 될까 두렵다. 

면세점이 여행객의 편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따이공을 위한 도매업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더욱 커져갈지 모른다. 최근 중국 국영 면세점 업체 CDFG의 찰스 첸 회장은 이런 국내 면세업계를 두고 "한국 면세 사업의 절반은 사실상 중국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면세점을 늘리는 것은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황금알을 낳던 거위는 왜 치킨이 됐나.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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