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대통령 취임사도 직접 수정 지시… 박 전 대통령 “예예예” 고분고분

기사승인 2019-05-18 07: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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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대통령 취임사도 직접 수정 지시… 박 전 대통령 “예예예” 고분고분박근혜 정부 당시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직접 수정하도록 지시하는 대화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도 사실상 자신 뜻대로 취임사를 고치도록 지시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둔 지난 2013년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통령 취임사 내용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인데, 인수위원회가 공들여 쓴 취임사 초안은 최 씨의 “이거 다 별로인 거 같은데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그러니까 경제부흥을 일으키려면 키의 핵심이 아이티 산업하고…”라는 말과 함께 수정이 되기 시작한다.

또 최 씨는 “첫 번째 경제부흥, 두 번째 국민 행복, 세 번째 대한민국의 자긍심, 세계 속에서 자긍심을 만드는 것을 뭐라고 말할 것인지를 만들고 워드를 쳐보세요.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를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IT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취임사에 담아야 할 5년간 국정 운영 방침의 핵심 내용을 모두 불러준다.

최 씨는 “이렇게 늘어지는 걸 취임사에 한 줄도 넣지 마. 그걸 받아서 적어 빨리 쓰세요, 정 과장님. 여기서부터 써야 해, 정 과장님”라고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정 전 비서관에게 자신의 말을 제대로 받아 적으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또 최 씨는 “내일 어떻게 발표하실 거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이야기 안 하셨죠? 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좀 상의를 해보세요”라는 등 박 전 대통령의 말도 자르는가 하면, 오히려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지난 2013년 2월 25일, 최 씨가 불러주고 지시한 내용이 그대로 담긴 취임사를 낭독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그렇게 출범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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