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글로벌 명의·명클리닉] 말 못할 항문 통증 해결사 역할 앞장 …대장항문 전문 대항병원 이두한 원장

기사승인 2019-05-24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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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은 항문조직이 부풀어 커지는 치핵과 찢어지는 치열, 염증이 생기는 치루를 모두 아울러 가리키는 항문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속칭 ‘치질’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가 무려 63만여 명에 이른다. 환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대항병원은 이런 치질 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하는 대장항문 전문병원이다. 증상과 상황에 따라 개인맞춤 정밀수술을 시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28명의 전문의를 포함해 간호사 등 26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대항병원 이두한 치질센터 원장이 남 모를 고통, 치질 때문에 고민하는 한 여성에게 치핵과 치루, 치열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있다. 대항병원 제공 

대항병원 이두한(61·사진 오른쪽) 치질센터 원장은 26일 “치질 수술의 핵심은 치핵을 뿌리까지 완전히 없애 다시는 같은 고통을 되풀이 겪지 않게 하는데 있다. 최근 30년 동안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각 환자들에게 최적의 개인맞춤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힘써 왔다”고 밝혔다. 그간 이 원장이 직접 수술해준 치질 환자 수도 무려 4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많다.

남모를 고통, 치질 피해를 줄이고 항문건강을 오랫동안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원장에게 물어봤다.

-치질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치질은 항문 안에 있는 혈관과 조직이 늘어나 일상생활 속에서 고통과 불편을 초래하는 항문질환이다. 변을 볼 때 힘을 줘서 본다던가, 장시간 앉아서 오래 보거나 자주 보면 치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사무직 종사자, 수험생, 운동 부족이나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해 패스트푸드 등 간편식으로 때우는 사람, 임신부, 다이어트를 자주, 심하게 하는 여성, 평소 섬유질 섭취가 적은 이들에게서 많이 생긴다.”

-치핵, 치루, 치열 등 다양한 병들이 있다. 무엇이 다른가?

“치질은 항문에 생기는 병들을 통칭하는 병명이다. 항문의 피부와 점막 밑에 혈관 조직이 늘어나서 생기는 치핵(痔核), 항문 주위 피부에 고름 굴 누공(漏孔)을 만드는 치루(痔漏), 그리고 항문의 피부가 찢어지는 치열(痔裂)을 통틀어서 치질이라 한다. 여러 질환 중 치핵이 가장 흔하고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치핵을 뜻하는 병명으로 굳어진 듯하다.”

-치질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떤 위험이 따르는가?

“무엇보다 쪼그리고 앉거나 운동할 때, 심지어 걸을 때 치핵이 항문 밖으로 삐져나와 불편하다. 배변 시 주사기로 물총을 쏘듯 피가 뻗쳐 나오거나 일상생활 중 속옷에 피가 묻어나올 수도 있다. 또 출혈량이 많을 경우 빈혈로 인한 합병증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치질 증상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가급적 빨리 대장항문외과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방향 등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치질을 오래 두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나?

“치질이 암으로 변할 위험성은 거의 없다. 특히 치핵의 경우 아무리 오랜 기간 방치해도 암으로 발전하는 일이란 없다. 다만, 치루 중 일부는 암으로 변할 수 있다. 발병 시 대부분 1년 이내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다. 그러나 발생빈도는 아주 드물어 희귀암으로 분류된다.”

-치료는 어떻게?

대항병원 이두한 치질센터 원장이 치핵 근본 절제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대항병원 제공

“약물치료 등 비수술 요법과 수술 요법,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증상 정도에 따라 어떤 것을 쓸지 결정한다. 별 다른 통증 없이 항문출혈만 동반되는 초기(1~2도)엔 좌욕이나 약물치료만으로도 통증 완화 및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약을 쓰고 생활습관을 개선했는데도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고무밴드결찰술, 경화요법, 전기(레이저)소작술 등과 같이 좀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고무밴드결찰술은 병변을 묶어 자연스럽게 조직이 떨어지도록 한다. 경화요법은 주사제를 투여해 병변을 굳히고, 전기소작술은 병변을 전열로 태워 없애는 시술이다. 치료 후 통증은 수술보다 적지만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수술은 이 같은 시술도 통하지 않을 때 시행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치핵을 흔히 고무로 만든 풍선에 비유하곤 한다. 항문에 강한 압력이 자주 가해지면서 조직이 늘어지는 건데, 한 번 늘어진 풍성을 다시 탱탱하게 만들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라서다.

약물 치료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역할만 한다고 보는 게 옳다. 치핵은 혹 덩어리와 주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눈으로 직접 보면서 절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먼저 내(內)치핵 수술은 ‘원형자동문합기(PPH)라는 기구를 항문에 삽입해 병들어 늘어진 직장 점막과 혈관을 정리하고 치핵까지 절제한 다음 봉합해주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최소한의 치핵 조직에만 칼을 대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도 크게 심하지 않은 편이다.

탈항(항문으로 빠져 나온)이 된 내치핵 덩어리나 항문 밖으로 늘어진 외(外)치핵의 경우 혹 뿌리까지 잘라내는 ‘치핵 근본 절제술’이 필요하다. 치핵 근본 절제술은 늘어진 탈항 조직을 절제한 후 결찰 또는 봉합해주는 수술법이다.”

-수술 후 회복 및 일상생활 복귀 기간은?

“수술 범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통은 수술 후 2~3일 후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래도 과도한 움직임은 피하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환자들에게 당부한다. 수술 후 2주가 지나면 골프나 등산, 수영 등의 운동을 제외한 모든 일상활동을 무리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수술 후 회복 기간은 환자마다 차이가 있다. 수술 후 바로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 환자가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대개 수술 후 2~3일이면 퇴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지만 통증이 심하거나 경과가 좋지 않아 1~2주 정도 퇴원이 미뤄지는 경우도 있다.”

-수술에 나이 제한은 없나?

“수술하기 전 모든 환자에 대해 수술하기에 적합한, 몸 건강이 척추마취 수술을 견디기에 충분한 상태인지 항상 체크하고 있다. 80세 이상 고령자라고 하더라도 이 수술 전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면 수술을 진행한다.

단순히 고령이란 이유만으로 치질 수술을 못하는 경우란 없다는 말이다. 치질은 뿌리까지 치핵을 확실히 제거하면 재발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경험이 많은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손을 댔다면 재발 위험성이 1%도 안 된다.”

-수술 후 조심해야 할 것은?

“먹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후 2일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변을 보고 싶은 변의를 느끼게 된다. 이때 가볍고 부드러운 배변을 할 수 있도록 잘 먹어야 한다. 또 매일 정기적으로 온수 좌욕을 실시해준다. 항문을 깨끗이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수술 상처가 빨리 아무는 데 도움이 된다.

항문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변 후에는 늘 비데 또는 샤워기로 항문 주변을 깨끗이 씻고 건조시키는 게 좋다. 산책이나 빨리 걷기처럼 몸을 전체적으로 움직여주는 유산소 운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장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혈액순환을 돕고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예방 수칙이 있다면?

“치질은 우리들의 생활 속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화장실 배변 습관을 포함해 잘못된 음주 습관 개선, 변비 해소 등 일상에서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는 과일이나 채소를 꾸준히 섭취해 변의 양을 많게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채소와 현미 등 잡곡밥이 좋고 유산균이 들어 있는 유제품을 즐겨 섭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또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단시간 내 배변이 안 되면 중단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좋다. 오랜 시간 변기에 앉아 있을 경우 복압이 오르고 항문에 압박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배변 후 온수 좌욕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과음이나 과로 역시 피해야 한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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