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늘린다는데..요양기관 곳곳 앓는 소리

민간 요양기관들 "열심히 할수록 적자..정부가 '악덕'요양 내몰아"

기사승인 2019-06-2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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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늘린다는데..요양기관 곳곳 앓는 소리정부가 노인 돌봄 분야 정책과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요양기관에서는 앓는 소리가 나온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8년 고령자에 신체활동 또는 가사지원 급여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다. 더 나아가 현재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 커뮤니티케어 등 장기요양서비스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요양현장에서는 돌봄 확대 정책과 관련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달에만 ‘장기요양서비스’의 문제점을 논하는 국회 토론회만 4차례 열렸을 정도다. 각각 관점과 해결책은 다르지만 요양기관 운영자나 종사자나 ‘어렵다’고 토로한다.   

민간 요양기관들은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양질의 요양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제시한 운영기준과 현장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김영기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책정한 요양서비스 원가가 너무나 낮게 책정되어 있다. 매년 적자를 경신하고, 요양기관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은 막혀있다. 지원만 가지고 나름의 수익을 창출하려하면 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 열심히 할수록 적자가 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2년 정부는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비영리법인기관에만 적용하던 사회복지법인 재무회계규칙을 민간·영리법인시설에도 적용했다. 현재 민간장기요양기관들은 정부의 수가를 기준으로 운영되며, 인력, 운영비용, 서비스 등 규제를 받는다.

현행 정부 기준이 '악덕' 요양원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도 토로한다. 김 위원장은 “현 요양기관 인력 기준에 문제가 있다. 요양보호사의 인력배치기준은 1명당 2.5:1로 되어있으나 24시간, 연 365일 휴일없는 돌봄의 특성을 고려하고,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연차, 각종 교육시간을 감안해 실제 서비스에 투입되는 1일 8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산출(3교대)하면 요양보호사 1명이 어르신 12명을 돌봐야하고, 휴일이 많은 달에는 1인이 14명 이상을 돌봐야 한다”며 “한 사람이 4인실 3곳을 담당하는 식인데 어르신 한 분 기저귀를 갈 때 다른 방에서 심각한 사고가 난다면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 조리원의 경우도 70인 시설기준으로 25명당 1명이지만 실제 근무는 1일 1.8명으로 1개월 중 22일은 1일 2명이 근무할 수 있고, 8일은 1명이 간호와 식사준비를 해야한다. 한 사람이 70~80명분의 간호와 식사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노동법을 준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우선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 배정된 요양보호사 3명으로는 교대근무 인력도 나오지 않는다. 3교대 체제에서 근로자는 휴게시간을 가질 수도 없는 데 수가임금상 연장근로 임금은 반영되지 않는다”며 “국가가 법을 위반하게 하고 편법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원이 부족해도 좋으니, 민간 요양시설의 수익 추구를 인정해달라고 호소한다. 이들은 국가의 지원금만으로는 양질의 장기요양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민간장기요양시설 운영자들이 참여하는 공공정책시민감시단의 조남웅 총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보험이다.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정부가 불법을 감시하기 위해 시장을 관리할 수 있지만, 모든 기관에 같은 지원금을 주고 서비스를 통제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자금으로 세워진 요양기관들에 수익성을 추구하면 나랏돈을 횡령했다는 식으로 나오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들 수밖에 없다”며 “공공요양기관들이 운영을 잘했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결국 정부의 복지예산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요양서비스분야에도 로봇, 가상현실같은 신기술이 나올 텐데 공짜복지 체제에선 이런 시도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요양보호사단체 등 근로자들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장기요양시설 확대를 비롯한 공공성 강화에 힘을 싣는다. 처우와 근로환경면에서 민간요양시설보다 국공립시설이 낫기 때문이다. 국공립 기관은 기존 지원금에서 초기 투자비용이나 임대료 등을 남기지 않아 민간기관보다 여유가 있다. 

그러나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 국공립기관은 1.1%에 불과하다. 국공립 기관을 확대하거나 민간기관을 국공립기관 수준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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