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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림프구성백혈병, ‘두 번 재발하면 좌절’은 옛말

재발 잦은 질환 특성에 해외에서는 새로운 기전의 신약 도입

조민규 기자입력 : 2019.06.26 00:10:00 | 수정 : 2019.06.25 21:34:21

# 65세 환자 김 모씨는 8년 전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을 진단 받았다. 다른 급성백혈병 등과 달리 진행이 느리다고 해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김 씨는 1차 항암치료 이후 5년만에 재발했고, 두 번째 경구용 약물치료 중 1년 만에 병이 진행했다 다행히 세 번째 치료에 쓸 수 있는 약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신약이라 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이 앞서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

국내에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CLL, Chronic Lymphocytic Leukemia) 연평균 신규환자 수가 150~200명 정도에 불과한 희귀질환 에 속하다 보니, 질환 정보 및 치료 혜택에 대한 관심도나 인지도 면에서 전반적으로 소외돼 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매우 흔한 백혈병이지만 국내에서는 희귀 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국내에서는 전체 백혈병 중 0.4~0.5%만을 차지할 정도로 환자 수가 적지만 고령사회 진입 및 생존기간의 연장 등으로 발병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약 2배 발병이 높고, 평균 발병연령은 72세이며 60세 이상 연령에서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고령 백혈병’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혈액 내 림프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며 발생하는데 질환이 점차 진행되면서 피로, 체중감소, 발열, 야간발한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 혈액 검사를 진행하다가 진단 받는 경우가 많다. 질환의 진행 속도 또한 기타 혈액암에 비해 천천히 진행돼 많은 환자들이 진단 이후 상당 기간 경과 관찰만 하고 치료는 지연하기도 한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가장 큰 문제는 잦은 재발이다. 보통 1차 치료 후 5년 이내 재발하는 환자가 50%를 웃돌며, 재발 혹은 치료에 저항성이 생긴 환자의 경우에는 전체 생존기간이 10~19개월에 그칠 정도로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재발 후 가능한 치료 옵션 요구 높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재발이 잦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대부분이 이미 전신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이고 진행속도가 늦다는 이유로 최근까지도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거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초창기에는 화학적 항암치료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 병용요법 치료가 표준치료요법으로 자리 잡았다. 화학 면역요법과의 복합치료는 치료 효과를 상당 부분 개선했지만 독성이 심하고 감염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성이 있어 고령 환자나, 전신 상태가 불량한 환자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2차 치료에 쓸 수 있는 표적치료제(B세포 수용체 경로 저해제)가 개발됐다. 국내에는 2016년 도입 되면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환경을 개선시켰다. 

그러나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이 재발이 잦은 질환인 점을 고려하면 표적치료제 치료 이후 재발하거나 불응한 환자에서 다음 치료 옵션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표적치료제가 비교적 일찍 도입된 미국이나 유럽 등은 이미 화학면역요법이나 표적치료제에 실패한 환자들에서 다음 치료옵션인 새로운 기전의 신약을 도입해 치료 중단이나 포기 없이 적극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 도입으로 한계 없는 치료 가능해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국내에 표적치료제가 2차 치료에서 급여 도입 1년이 지난 최근, 해당 치료에 실패하거나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며 “후속 치료 방법에 대한 미충족수요(Unmet Needs)가 높았던 상황에 최근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신약이 국내 도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허가된 새로운 기전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제는 기존 항암치료의 문제였던 독성을 현저히 낮춰 전신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고령환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재발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재발 위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진 및 환자들의 기대가 크다. 국내에 치료법이 전무했던 3차 치료 영역에서 쓸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약물(베네토클락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진석 교수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이지만 환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부담은 여느 위중한 질환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본다”며 “그 동안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던 2차 치료 실패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제로 다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도입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환자가 경제적인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차 치료 실패로 더 좁혀진, 소수의 고통 받는 환자들인 만큼 2차 치료와 동일하게 3차 치료에 대해서도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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