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팔린다”…다양화‧세분화되는 패션업계 ‘콜라보’

패션산업 ‘콜라보’, 소비자 만족도‧브랜드 가치 상승 일석이조

기사승인 2019-07-01 06: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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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는 지난달 23일 ‘휠라X건담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출시했다. 1979년 첫 방송된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속 캐릭터 이름을 딴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로 구성된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출시 전날인 22일부터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에는 길게 줄이 형성됐다. 일명 ‘건덕후(건담 마니아)’들이 한정판 구매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것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과 휠라 측은 출시 전날 저녁부터 수백여명의 고객들이 몰리자 문을 닫은 백화점 일부를 개방해 대기공간을 마련하고, 커피와 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휠라 측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으로 ‘휠라보레이션(휠라+콜라보레이션)'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휠라가 전 세계 건덕후는 물론 휠라보레이션 마니아들을 설레게 할 협업 컬렉션”이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당일 팝업스토어에서 준비한 한정판 제품은 모두 판매됐다.

◇다양화‧세분화‧전문화되고 있는 패션업계 콜라보레이션

패션업계에서 ‘콜라보레이션’ 이나 ‘협업’을 통한 제품 출시는 최근 더욱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명 영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미지를 단순 차용하거나, 유명 스포츠 스타의 이름을 넣는 수준의 단순 콜라보는 이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유명 디자이너가 제품 콘셉트 결정부터 디자인과 제품 출시까지 전 과정에서 함께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또 스포츠브랜드의 경우 직접 운동 선수가 제품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경우는 가장 적극적이고 전문화된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패션 분야의 콜라보 시초라고 여겨지는 ‘에어조던1’은 1985년 미국 프로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가 선보인 농구화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이 보증하는 농구화를 매년 시리즈로 선보여 왔다. 에어조던1은 유명 농구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가 신은 신발로도 유명하다. 현재는 나이키 산하 조던브랜드로 독립된 후 유명 운동선수들을 후원하는 팀 조던을 구성해, 에어조던 시리즈를 포함 매년 다양한 의료‧신발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 분야의 또 다른 콜라보의 한 방식은 유명 영화나 애니메이션, 인기 드라마 등의 캐릭터들과 협업의 형태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 수많은 팬을 보유한 ‘마블’ 영화속 캐리턱들과 협업을 통한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특히 패션업계에서는 ‘마블 콜라보’ 제품은 실패 확률이 낮고 기본은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최근 콜라보와 협업의 특징은 ‘뉴트로(New-tro)’의 흐름이 강하다는 점이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결합한 말이다. 복고풍 혹은 과거의 것을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을 현재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트렌드를 뜻한다.

패션 업계도 오래된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단순히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소비자들의 감성과 요구에 맞게 재해석한 뒤 이를 제품에 반영한다.

이에 대해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협업 또는 콜라보의 특징은 패션 동종업계는 물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분야와 산업, 업체들과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말그대로 합종연횡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소비자들의 눈에 띌 수 있다. 콜라보를 함께한 패션업체와 다른 분야(업계)도 브랜드 가치가 동시에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콜라보 제품 어디까지?

앞서 소개된 건담 콜라보 제품을 출시한 휠라는 일명 ‘휠라보레이션(휠라+콜라보레이션)'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휠라 콜라보는 2016년 미국 듀오 디자이너 바하 이스트(BAJA EAST), 힙합 뮤지션 나스(Nas),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에 이어 2017년 2월에는 밀라노 패션위크를 통해 공개한 펜디(Fendi)와의 콜라보 컬렉션 등 세계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이다.

휠라는 업종 영역이 벽을 허문 이색적인 콜라보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2017년 4월 음료 브랜드 펩시(PEPSI)와 협업해 선보인 ‘FILA X PEPSI 콜라보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FILA X PEPSI 콜라보 컬렉션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레트로 무드의 휠라 헤리티지 라인을 바탕으로, 펩시의 젊고 역동적인 감성을 결합해 재해석한 컬렉션으로 단숨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휠라는 2017년 5월 빙그레 메로나와 협업으로 ‘FILA X 메로나 콜라보 컬렉션’을 출시했다. 일명 멜로나 컬렉션은 레트로 감성의 헤리티지 무드가 담긴 휠라 코트디럭스와 드리프터(슬리퍼) 디자인에 메로나 특유의 컬러를 적용, 산뜻하고 경쾌한 느낌을 담은 제품이었다. 밸크로 버전은 초도 물량 3000족이 2주 만에 완판 됐을 정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휠라는 이외에도 일본 대표 스트리트 브랜드인 ‘해브 어 굿 타임(Have a Good Time)’, 10월에는 메이크업 브랜드 베네피트(BENEFIT)와 협업을 전개했다. 또 올해 4월에는 롯제제과 젤리 브랜드 ‘젤리셔스’와 협업해 휠라 키즈 히트템 ‘흴라꾸미’ 슈즈를 젤리로 구현해 냈다. 또 올해 만우절 이벤트로 등장한 에프킬라와의 협업 굿즈 ‘에프휠라’부터 다이와, 이니스프리, 웹툰 유미의 세포들, 보그마스크, 아웃도어 프로덕츠와의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는 패션기업으로 유니클로도 있다. 회사 측은 “‘옷으로 일상을 더욱 편안하고 풍성하게 한다’는 라이프웨어(LifeWear) 철학 아래 베이직한 아이템은 물론 다양한 크리에이터‧디자이너 등과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차별화 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브랜드 또는 인물과의 협업을 통해 별도의 컬렉션 라인을 런칭할 정도로 대대적으로 진행한 것은 2009년 10월 런칭한 ‘질 샌더(Jil Sander)’와의 협업 ‘플러스 제이(+J)’ 프로젝트가 처음이다. 독일 대표 여성 디자이너 질 샌더와의 협업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명동, 강남, 압구정 매장에서는 출시 당을 1000여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출시 첫날 완판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어 유니클로는 패션 아이콘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와의 콜라보 컬렉션을 2014년 선보인 후 열한 번째 콜라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에르메스(Hermès)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한 바 있는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그의 오랜 파트너인 ‘사라-린 트랜’이 선보이는 브랜드 ‘르메르(LEMAIRE)’와의 콜라보 제품은 첫 출시 당시 온라인스토어에서 3분만에 품절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와 함께 UT(UNIQLO T-Shirt)는 콜라보레이션을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니클로의 그래픽 티셔츠 라인업이다. 올해도 예술, 문화, 캐릭터 및 브랜드 등 다양한 분야의 컨텐츠를 적용한 1000여개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팝아티스트 카우스, 포켓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각양각색의 콜라보

국내 패션업계의 콜라보는 소위 경계를 넘는 제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한세엠케이는 자사 브랜드 TBJ와 진주햄 소시지 브랜드 ‘천하장사’ 콜라보 제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먹음직스러운 노란 소시지 속살 컬러에 천하장사 특유의 빨간 줄이 매치된 티셔츠를 보면 두 말 필요없이 위트가 넘쳐난다.

프랑스 골프웨어 가스텔바쟉은 최근 유니버설 스튜디오-일루미네이션의 인기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2’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펫웨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까스텔바쟉의 프랑스 파리 디자인 스튜디오인 PMJC가 특유의 핸드터치 아트워크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담았다. ‘마이펫의 이중생활2’ 속 ‘맥스’, ‘스노우볼’ 등 위트와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캐릭터 아트워크가 돋보이며 상품은 티셔츠와 후드티셔츠, 펫 망토, 펫 스카프 등으로 구성됐다.

아디다스는 마블과의 협업을 통해 현역 스포스 스타의 시그니쳐 농구화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디다스는 NBA 유타 재즈의 간판 도노반 미첼 선수의 첫 번째 시그니쳐 농구화 ‘D.O.N. 제1막’을 1일 선보였다. 아디다스 측은 “이 제품은 도노반 미첼 선수 별명인 ‘스파이다(Spida)’를 상징하는 마블 스파이더맨의 색상과 탄력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을 뒷받침하는 기술력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콜라보 제품은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아웃도어, 아동복, 심지어 속옷까지 다양한 패션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콜라보 제품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이 소비자들의 반응과 구매가 있기 때문이다.

“뭉쳐야 팔린다”…다양화‧세분화되는 패션업계 ‘콜라보’특히 콜라보 제품은 일시적으로 매장이 운영되는 팝업스토어나 일부 온라인에서만 한정판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당 제품을 갖고 싶어하는 열성팬(마니아)이나 컬렉터(일명 수집가)들에게는 시간과 가격이 구매 결정의 제한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즉 밤새 줄을 서거나 비산 가격에도 제품을 구매하려는 것은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와 콜라보를 진행하는 다양한 분야의 업계도 자신의 캐릭터나 상품, 혹은 브랜드가 유명 의류브랜드와 함께 회자됨으로써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콜라보 제품 판매를 통해 얻는 캐릭터와 브랜드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로열티 등)가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

한 스포츠브랜드 관계자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은 그들이 원하는 감성과 스타일에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함께 더하는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을 이어질 수 있는 협업 혹은 콜라보라는 매개체가 들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휠라 관계자는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이종 업종간 협업이 활발해진 데에는 신선한 아이템에 목마른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이 숨어있다. 동시에 경기불황으로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휠라의 경우 이색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통해 고객과 브랜드 간 특별한 소통을 이뤄나가는 휠라의 ‘크리에이티브 드라이빙' 캠페인도 맞닿아 있다.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콜라보레이션으로 102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휠라가 앞으로도 톡톡 튀는 이색 협업으로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는 다양한 활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션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재미(fun) 요소를 찾으려는 10~20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점도 패션-이종업계 간 콜라보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이는 SNS 활동에 적극적인 1020세대의 기대와 니즈를 충족하는 동시에 각 브랜드에 대해 감각적 이미지로 인식하게 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 차원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향후 업계에서 더욱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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