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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보컬’에서 ‘음유 시인’으로…박효신의 20년

‘괴물 보컬’에서 ‘음유 시인’으로…박효신의 20년

이은호 기자입력 : 2019.07.04 07:00:00 | 수정 : 2019.07.04 11:16:13

사진=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쟁, 테러, 분노, 화해, 탄생, 입맞춤…. 가수 박효신이 자신의 데뷔 20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를 여는 영상에 담아낸 풍경이다. 사랑이 소멸한 것 같은 절망의 순간들이 지나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움트는 사랑의 모습들이 나타난다. 박효신은 이 공연에 ‘웨어 이즈 유어 러브?’(Where is your love)라는 부제를 붙였다. 살아 숨쉬는 사랑을 찾아가자는 의미에서다. 4시간여의 공연 여정이 끝나면 관객들을 달라진 공연 제목과 마주하게 된다. ‘히어 이즈 유어 러브’(Here is your love). 알파벳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 외로웠던 마음이 따뜻해지는 마법이 펼쳐진다.

‘당신의 사랑은 어디에 있나요?’

박효신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러버스’(LOVERS)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낸 ‘바람이 부네요’와 5월 발표한 ‘굿바이’(Goodbye), 공연 직전 공개한 ‘연인’ 모두 ‘러버스’ 캠페인의 일환이다. 박효신은 이 캠페인을 위해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었다. 이 애플리케이션에는 ‘러버스’와 관련한 각종 콘텐츠는 물론 팬들과 이모티콘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팅방도 있다. 박효신이 채팅방에 흔적을 남길 때마다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어, 서버 유지 비용만 한 달에 수천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러버스’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사랑’이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타인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내일이란, 어쩌면 서로 다른 두 손을 맞잡고 피어난 온기의 작은 어우러짐에서 시작되는 것”(‘러버스’ 소개글)이라고 믿어서다. 이런 마음은 노랫말에도 묻어난다. 박효신과 함께 ‘별 시’, ‘굿바이’, ‘연인’ 등의 가사를 쓴 작사가 김이나에 따르면 박효신은 팬들 혹은 자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노랫말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의 노래가 삶의 이야기로 읽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이나는 “다수에게 하는 이야기(가사)는 붕 뜨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효신과 작업하면서, 쓰는 사람의 마음이 분명하면 다수에게 하는 이야기도 디테일을 갖출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사진=글러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박효신이 곧 장르”

데뷔 초 박효신은 ‘완성형 보컬’로 불렸다. 완벽에 가까운 실력을 갖췄다는 칭찬이었으나, 한편으론 더 발전할 여지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효신은 지난 20년간 변화를 거듭하며 진화했다. 울부짖는 듯 처절하게 마음을 울려대던 그의 목소리는 ‘눈의 꽃’(2004)을 기점으로 긴 여운에 방점을 찍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음반마다 발전하는 발성과 호흡이 신기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인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는 것조차 연습하고 녹음해서 모니터”(김이나 작사가)할 정도의 연습 벌레인데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음악에 임하는 덕분이다. 장르적으로도 외연을 넓혀, 발라드는 물론 록, 애시드 재즈 등 방대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박효신의 목소리가 곧 장르”라는 찬사가 나오는 이유다.

박효신은 오는 13일까지 이어지는 ‘러버스’ 공연을 마친 뒤, 후반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정규 8집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는 음악적 동반자인 작곡가 정재일과 지난해 프랑스의 시골마을 라 바꼬띠에흐에 40여일 간 머무르며 이 음반에 들어갈 10여곡을 썼다. 날아가는 새의 무리에서 영감을 얻어 쓴 ‘V’와 정재일의 기타 연주와 김이나 작사가의 가사가 자신의 정신세계를 헤집어 놨다는 ‘앨리스’(ALICE)는 공연에서 먼저 공개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박효신은 자신의 우여곡절을 오히려 노래로 흡수해 자신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까지 포섭한 보기 드문 경우”라고 분석했다. “이른 바 ‘하이-테크닉’ 보컬리스트들의 시대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박효신이 “테크닉을 넘어 노래 그 자체로” 대중에게 호소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또 “박효신에게 장르는 무의미하다”면서 “쉽게 말해 장르란 대중의 취향에 의해 검증된 기둥과 같은 것인데, 박효신은 자신의 목소리 자체가 기둥이 돼서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해도 자신의 노래가 되는 경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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