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말이 서툴러서

한국말이 서툴러서

기사승인 2019-07-09 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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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한국말이 서툴러서“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중상을 입힌 남편은 체포됐지만, 피해자의 상처와 해당 영상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은 그대로입니다.

문제의 영상은 5일 오후부터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됐습니다. 영상의 분량은 2분33초. 어깨에 문신을 한 남성이 여성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폭행 장소에 2살배기 아이도 함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아들인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리고 폭행에 놀라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남편 A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 동안 전남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아내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습니다. 폭행 사유는 어처구니가 없지만 ‘한국말이 서툴러서’였습니다. 

여론은 공분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과 아기를 상대로 가정폭력을 저지른 남편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청원자들은 “결혼이주여성 인권 및 권리를 찾아달라”며 “결혼이주민들이 한국어와 한국 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유사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외신 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VN익스프레스, 징 등 베트남 현지 매체들은 해당 사건을 주요 뉴스로 전달했습니다. 관련 기사에 베트남 네티즌들은 “이혼하고 베트남으로 돌아와라” “고향을 떠나 먼 곳으로 향했는데 이러한 일을 당하게 되다니 매우 마음이 아프고 씁쓸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결혼 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경남 양산에서는 부부싸움을 하다가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인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50대 남편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보다 앞선 2010년에는 ‘코리아 드림’을 안고 한국 땅을 밟은 20대 베트남 여성이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정폭력에 그치지 않습니다. 개발국가에 대한 혐오와 인권에 대한 경시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물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는 무관용 원칙이 필요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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