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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일’도 비켜간 손정의의 ‘통찰’

‘반일’도 비켜간 손정의의 ‘통찰’

한전진 기자입력 : 2019.07.13 04:00:00 | 수정 : 2019.07.12 17:36:56

일본이 한국을 겨냥해 수출 규제를 시작한 지난 4일. 야스모토 마사요시(安本正義),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현해탄을 건넜다. 바다 위 비행기에서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한일관계가 연일 악화하는 상황 속의 방한은 그에게도 나름 부담 아니었을까. 한때 일본인 중 부호 1위를 차지했던 일본 재계의 ‘큰손’. 1조 적자 쿠팡에 무려 3조원을 베팅(?)한 인물, 손정의. 

아니 애초 부담감조차 느끼지 않았는지 모른다. '리스크 테이커'(모험가)라는 별명을 지닌 손 회장은 오히려 이번 방한을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모험이라 비유하면 너무 낭만적일까. 사실 그의 인생은 그 자체가 모험이었다. 일본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소년의 나이에 병든 아버지를 뒤로하고 무일푼으로 미국행을 결정했을 때부터, 24살의 나이에 차고에서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순간, 알리바바 마윈에게 200억을 투자한 단 6분간의 만남. 그리고 예순이 넘어 글로벌 IT벨트 구축을 구상하는 지금까지. 

그가 이 여정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강한 배짱이나 깊은 지식도 아닌 ‘통찰’이었다. 무모함과 과감함. 이 한 끗을 가르는 것이 바로 ‘통찰’이다. 귀신같이 돈 냄새를 맡아, 손해를 보지 않는 능력 따위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 이는 돈, 사람, 기업, 넓게는 역사와 미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휘된다. 

정확한 통찰은 의지에 확신을 더해 추진력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는 매일의 성공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존재라는 것은 그저 매일 불확실성에서 최선의 길을 갈구할 뿐이다. 뜻하지 않은 실패와 나락의 순간에서도 통찰은 큰 버팀목이 된다. 손 회장이야말로 뛰어난 글로벌 CEO중에서도 ‘통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로 손꼽힌다. 

반일 감정이 심해졌지만, 연일 다양한 꼬투리를 잡아 캐던 언론들도 손 회장만큼은 건드리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그의 입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상력의 힘’이라는 화두를 던졌던 만큼, 두 사람 사이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도 큰 기대를 모았다. 

손 회장은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4차산업혁명, 한일관계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손 회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인공지능(AI)였다. 손 회장은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가져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든 산업이 재정의 될 것이고, AI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해 국적을 넘어 우버와 위위크 등 세계의 ‘유니콘’ 기업에 돈을 대며 글로벌 IT벨트를 꿈꾸고 있다. 우리에 익숙한 쿠팡은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사실 손 회장은 60세에 은퇴를 선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나이가 들면 혁신성을 보는 ‘통찰’이 무뎌진다는 이유였다. 그런 그가 공식 후계자까지 퇴임시키며 은퇴를 번복한 이유가 바로 ‘AI’였다. 강력한 통찰이 의지에서 확신으로, 이는 추진력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가 내다본 30년 후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니, 이젠 직접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고자 마음먹은 것은 아닐까. 

사진=연합뉴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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