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케어 사각 ‘폐고혈압’ 환자, 어떻게 사나

의사도 잘 몰라 질환 발견 늦고, 쓸 약도 국내엔 없어… 생존률 일본의 절반

기사승인 2019-07-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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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하루하루 숨 막히는 고통을 겪고 있는 폐고혈압 환자들에게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라는 평가를 듣기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폐동맥고혈압으로 잃고, 자신마저 5년 전 동일질환을 앓게 된 두 딸의 어머니는 12일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가 주최하고 대한폐고혈압연구회가 주관해 폐동맥고혈압의 조기발견과 전문치료체계 마련을 목적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를 향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그녀는 “발병 후 아이를 따라 10미터를 뛰었다가 혼절할 뻔 했고, 걸레질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키우며 제대로 안거나 업지도 못한다. 약의 부작용으로 한나절은 누워있어야 한다”며 “생존율이 10년이라는데 살날이 5년 남았다. 어린 두 딸이 대학에 가려면 12년이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경제활동은 전혀 할 수 없어 산정특례를 받고도 약값만 연 600만원을 써야한다. 아버지는 경제적 부담을 느껴 도움이 안 되는 약만 먹다 돌아가셨다”면서 “새로운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오면 8000만원이라고 한다. 지금의 약값도 엄청난 부담인데 쓰지도 못할 것 같다. 재산과 수입에 관계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간청했다.

文케어 사각 ‘폐고혈압’ 환자, 어떻게 사나

문제는 그녀가 토로한 현실이 폐고혈압 환자들이 겪고 있는 일상적인 고충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5년이라는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다른 환자들보다 나은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에 따르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평균 생존율은 진단 후 2.8년에 불과하다.

그는 폐동맥고혈압이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 내 압력이 높아져 폐동맥이 두꺼워지고 폐를 압박해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조금의 활동에도 숨이 차며 몸이 자주 붓고 어지러움 등을 느끼게 되는 폐고혈압(pulmonary hypertension)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치료제와 치료법이 개발되며 평균 생존율도 3배 이상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에서는 10년이라는 생존율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폐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의사들조차 폐고혈압을 정확히 몰라 진단에만 1년 6개월이 걸리는데다, 진단 후에도 효과가 좋은 치료제가 국내에 유통돼지 못해 여타 국가들에 비해 치료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 교수를 비롯해 대한폐고혈압연구회에 소속된 연구자들은 ▲폐고혈압에 대한 의료진 및 국민의 인지율을 높이고 ▲정부주도의 폐고혈압 등록사업 및 전문진료센터의 지정 ▲국내 미허가 의약품의 적극적인 도입과 병용치료의 허가가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희귀질환이 아닌 별도의 질병군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정부의 인식변화도 당부했다.

정 교수는 “일본은 치료에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허가받지 못한 정맥주사제인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을 비롯해 3가지 약제의 병용요법이 가능해 10년 생존율을 95%까지 올렸다”면서 “폐고혈압은 다양한 진료과에서 통합진료를 통해 규명해야할 독특한 질환으로 정확히 진단해 진단된 사람에겐 제한 없이 약을 쓸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아픔을 나눈 폐고혈압 환우의 형부라고 자신을 밝힌 남성은 헌법의 조문들을 언급하며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이를 보호하고 보장해야할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말했다. 이어 부디 처제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비가 부담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약이 없어 생명을 위협받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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