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쏠림에 '문재인 케어'탓 억울하다는 정부·여당

"대형병원 쏠림은 정치공세...문재인 케어, 언론이 지어준 것" 주장도

기사승인 2019-07-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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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병원 쏠림에 '문재인 케어'탓 억울하다는 정부·여당

“‘문재인 케어’라는 워딩은 우리가 먼저 쓴 것이 아니라 언론이 지어준겁니다. 그 책임이나 불편함을 저희에게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에서 조원진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대형병원 쏠림이 부각되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가진 정치적인 의미 때문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형병원 쏠림의 원인이 ‘문재인 케어’ 때문이라는 논리는 마치 뚱뚱한 사람이 그 살찐 이유를 어젯밤 과식에서 찾는 것과 같다”며 “문재인 케어는 완결된 정책이 아니라 이제 2년차로 이르렀을 뿐이다. 유독 집중포화를 받는 이유는 문재인 케어라는 이름의 영향이 크다”고 피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의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는 논란을 놓고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최근 의료현장에서 특진료 폐지, 2·3인실 입원료 및 MRI·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등 문재인 케어의 영향으로 대형병원을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비판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와 대형병원 쏠림 현상 간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허윤정 건강보험심사평가연구소장은 2008~2018년 건강보험청구자료, 요양기관 현황신고 자료 등 의료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문재인 케어와 쏠림 현상 간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허 소장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2017년~2018년의 점유율만 확인해보면 진료비 점유율은 종합병원만 다소 증가(외래 16.9%에서 17.1%, 입원 36.1%에서 37.1%)하고, 요양기관 유지, 그 외 상급종합병원, 병의원 등은 모두 감소했다.

허 소장은 앞서 대형병원 쏠림 논란을 이끈 건강보험공단의 ‘2018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자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순위 1~5위인 상위 병원의 시장점유율이 8.5%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17년 대비 2018년 전체 상급종합병원의 총 진료비 증가율은 29.8%였다.

그는 “당시 진료비 점유율 통계자료는 심사 지급한 시점의 기준이기 때문에 오늘 발표한 실제 진료비 지출(진료시점)을 분석한 결과와 차이가 있다”며 “의료이용 데이터를 직접 분석한 결과 대형병원의 진료경향은 중증환자가 증가하고 경증환자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 소장은 대형병원 의료이용에 미치는 요인으로 ▲노인인구 증가(65세 이상 인구 2008년 대비 2018년 47.7% 증가)로 대형병원 중증진료 수요 증가 ▲KTX·SRT 개통 등 수도권 접근성 증가 ▲실손보험 확대(실손보험 가입자수 2008년 대비 2018년 14.4% 증가) ▲건강검진 수검률 증가에 따른 대형병원 이용 증가(2008년 65.3%에서 2017년 78.5%) 등을 제시했다.

이진용 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교수도 “같은 자료여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환자집중현상을 진료량 증가를 중심으로 삼을 경우 진료비 총액을 줄여야하고, 진료비 구성비로 따져볼 경우 비율에 손을 대야 하는 등 해결책이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집중현상은 발생하고 있고, 심화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문재인 케어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책은 환자집중현상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 쏠림에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현장의 목소리가 심각함에도 통계나 탁상공론만 지속하니 답답하다. MRI가 급여화된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MRI촬영이 10%정도 늘었다. 이제 상복부초음파도 급여화했으니 이런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통계상에 안 나타난다며 진실을 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기획이사는 “아시다시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코드는 병원에서 인위적으로 삭감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청구하게 되어있다. 의료정보에 허수가 있는 것”이라며 “MRI나 초음파에 돈을 쓰는 것보다 필수의료에 돈을 써야하지 않겠느냐. 선택진료비는 의사의 경력을 인정하는 것인데 대학병원 경력 교수와 갓 졸업한 의사에 동일한 값을 받는다. 이런 시스템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병원계의 전언이나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대형병원에 환자가 쏠려가는 경향에 문재인 케어가 일조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며 “앞서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점유율이 29.8%가량 증가했다고 나온 공단 통계치가 진료시점과 지급시점 괴리 때문에 잘못 반영돼 다시 협회에서 파악한 결과 2017년 대비 2018년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점유율은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의 차이이지 증가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대형병원 쏠림이라고 하니 마치 상급종합병원이 죄인인 것 같다. 하지만 대형병원의 상업적 운영보다는 정책의 문제”라며 “고혈압을 앓는 한 노인 환자는 6개월에 한 번 대형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는 것이 동네의원에서 한 달에 한 번 방문해 약을 타오는 것보다 훨씬 돈이 덜 든다고 한다. 소비자는 영리하게 의료이용을 하고 있는데 이런 소비자의 선택을 정책이 유도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통계자료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성인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13일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에서는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로, 상급종합병원의 쏠림 현상이 중증 환자의 증가 때문이고 경증환자는 감소해 우려할만한 현상이 아니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입원 중 중증전문질병군은 2015년도에 33%에서 2018년에 44.9%로 증가했고, 경증인 단순질병군은 2005년 10.3%에서 2018년 8.9%로 감소했다는 것이다”라며 “제대로 된 파악이고 해석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중증질환인 ‘전문진료질병군’이 2015년도에는 245개였다. 그러나 2018년도엔 ‘전문진료질병군’이 462개로 늘었다. 전체질환군 중 전문진료질병군 자체가 2015년 35%, 2018년 38.5% 늘어난 것”이라며 “이런 바뀐 기준을 적용한 통계수치를 가지고 중증질환 퍼센트가 늘어났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쏠림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해명이나 정정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우선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대형병원 쏠림의 정책적인 워딩은 의료전달체계 기능 개편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당장 추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번 달 중에 초안을 만들어 논의해보기로 했다. 다만 전달체계 정비 과정에서는 대형병원이나 동네의원, 환자 모두가 일정부분 손해나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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