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침략에 우려·경고·성토 메아리 속 대책은

기사승인 2019-08-02 21: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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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을 향한 추가 수출제한조치를 두고 정부가 강경한 대응입장을 거듭 밝혔다. 더불어 10여 가지 세부대응방안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 야당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19년 8월 2일 오전 10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국무회의 격인 각의에서 대한민국을 전략물자 수출규제 완화대상국(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는 ‘수출무역관리령 정령(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촉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결정이 알려지자 국무회의를 소집, 이날 오후 2시 회의에 앞서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일본을 향한 강한 경고를 생방송으로 국민에게 알렸다. 취임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오후 3시에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뜻을 모아 일본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국회의사당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원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추가조치(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경제침략’을 임진왜란과 일제강점으로 이어진 침략전쟁과 동일시하며 선조들이 했듯 ‘제2독립운동’을 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와 국회에 이어 행정부처도 나섰다. 오후 4시경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7개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여 일본의 추가 경제제재조치에 대한 합동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대책발표에 앞서 홍 부총리는 일본이 대한민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시킨 조치가 양국이 1500여년을 교류하고 협력하며 어렵게 쌓아온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직접적 대응을 자제하고, 양국 간 대화를 촉구한데 이어 UN안보리 전문가 등 국제기구에 공동조사까지 제의하는 등 대화와 협의를 통한 외교적 해결에 최대한 성의를 갖고 임해 왔으나, 일본 정부는 공식협의를 끝내 거부하고 우리 정부의 노력을 외면한 채 일방적이고 차별적인 무역보복 조치를 재차 강행했다”고 질타했다.

◇ 일본의 경제침략에 정부가 내놓은 해법 ‘4가지’=이어 4가지 맥락에서 10여 가지 세부대책을 내놨다. 먼저 ▲국내 화이트리스트 일본 제외 ▲관광·식품·폐기물 등 국민안전 관련조치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일본대상 수출·입 규제강화를 시사했다.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일본의 조치가 가진 부당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방안도 수립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대(對)일 수출·입 규제 및 동향정보 신속제공 ▲기업애로상담 및 맞춤형 컨설팅 강화 ▲소재·부품 단기공급 안정화를 위한 통관조치 간소화 ▲규제대상 소재·부품 생산설비 신·증설 및 R&D, 인재양성 지원 ▲세제혜택 및 자금지원 확대하기로 했다.

나아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정부 내 대응체계를 보다 촘촘히 재정립한다는 측면에서 ▲규제대상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신설 ▲2021년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 특별법 상시법 전환 ▲고위 민·관 협의체 가동,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등 협력강화 등 법적·제도적 개편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에 대비해 그동안 촘촘하게 준비를 해왔다”며 “이번 일본의 배제조치는 8월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정부는 동 조치 시행에 앞서 그동안 준비해 온 대책들을 최대한 신속하고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홍 부총리 등 각료는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 파기여부에 대한 답변은 피했다. 일본을 국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포함해 국민안전조치 강화나 소재·장비·부품 분야 경쟁력강화대책 등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절차, 방안에 대한 후속조치계획에 대해서도 다음 주 초 별도의 발표가 있을 계획이라고만 덧붙여 설명했을 뿐이다.

◇ 정부대책, 좀 더 치밀하고 구체적이어야 했다?=그 때문인지 정부의 대책이 부족하다는 입장도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감성팔이’라고 비난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정부의 발표 후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일본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보복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데 공감하지만,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며 비분강개하고 여전히 감정적으로 사태를 대하고 있다”며 “화풀이를 하는 듯한 대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비정한 국제관계 질서를 감성적으로만 부정하지말고 사태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국제정세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른미래당도 입장은 비슷했다. 이종철 바미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진정 책임 있는 자세와 냉철하고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대처해 주기 바란다”면서 “대통령의 담화에는 맞서 싸우겠다는 것 외에는 어떤 대안도, 대책도 없다. 소재 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수십년 걸려도 가능할까 말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나라가 휘청거릴 ‘전쟁’을 치를 정도의 관계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 경제 전쟁을 할 각오가 돼있었다면 일본의 치밀한 준비에 버금가는 우리의 ‘플랜’도 이미 준비되어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몰랐다면 아둔한 것이며, 알았는데도 이렇게 속수무책에 고작 반일 선동 밖에 하는 것이 없다면 무능의 극치”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심지어 “정부는 과연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의 심정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대처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의문”이라며 ▲일본의 행동을 강대강으로 제압할 수단은 있는가 ▲우리 역시 같은 대응으로 일본을 제압할 비책이 있는가 ▲일본을 굴복시킬 강대강의 ‘카드’를 청와대는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우회 수단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까지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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