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요한’ 지성의 진정성, 그 진짜 의미

‘의사요한’ 지성의 진정성, 그 진짜 의미

기사승인 2019-08-05 16: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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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출연하는 작품에 메시지가 하나 정돈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의사요한’과 똑같은 상황인 시청자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사회적인 변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캐릭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성은 1년에 드라마 한 편씩만 찍는 배우다. 그럼에도 매번 자신의 존재감을 시청자에게 알린다. 그만큼 더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그가 이번에 또 의학 드라마에 도전했다. MBC 드라마 ‘뉴하트’에 이어 12년 만이다.

6회까지 방송된 ‘의사요한’을 보면 그가 다시 의사 가운을 입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의사요한’은 환자들이 느끼는 미스터리한 통증의 원인을 찾아가는 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지금까지 의학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생소한 분야다. 2년 전부터 국내에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해 존엄사 이야기도 다룬다. 환자의 통증을 해결해줘야 하는 의사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삶과 죽음 사이에 통증을 놓고 바라보는 이야기다.

먼저 지성은 최근 방송에서 드러난 선천선 무통각증이라는 차요한 캐릭터의 설정이 출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5일 서울 공항대로 이대서울병원에서 열린 ‘의사요한’ 기자간담회에서 지성은 “이 설정이 아니었으면 캐릭터에 호감이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픔을 갖기 위해 살아가는 차요한이 환자들의 아픔을 없애는 일을 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

지성은 캐릭터의 증상을 표현할 방법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생활에서 뜨거운 걸 어떻게 마실지, 통증을 느끼게 될 거란 기대를 갖고 살지 않을지 등 연구를 많이 했다. 지성은 “차요한 캐릭터를 생각하면 미래가 없더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때문”이라며 “준비하긴 어렵지만 이해도 잘 되고 마음은 편하다. 진심으로 불쌍한 역할이다. 사실적으로 그리면 드라마가 답답해질 것 같아서 매회 어두워지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의사요한’ 지성의 진정성, 그 진짜 의미

스스로의 경험을 녹여내기도 했다. 자신이 앓고 있는 선천성 척추분리증의 고통을 해결하고 싶을 때 통증의학과를 찾았던 것. 지성은 “통증의학과는 드라마로 만들기 힘든 과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았다”며 “선천적 척추분리증을 이겨내야 하는 삶을 살다 보니까 통증의학과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몸이 불편한 분들이 꼭 통증의학과를 찾아서 치료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찍다 보니까 차요한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진심을 담기가 쉬웠고 쉽게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요한을 연기하기 위해 존엄사에 대해 많은 사전 조사를 거쳤다. 영상도 찾아보고 의사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명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한국이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죽음에 덜 준비된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지성은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생각해보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나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같다”며 “우리 시대에 맞게 현실을 돌아보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드라마 통해서 생각해보고 경각심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잘 살고 죽음을 잘 준비하는 사회가 되면 더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지성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도중 자신을 향한 칭찬이 나오면 “항상 부족하다”고 부끄러워했다. 지성은 “배우로서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더 잘하려면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며 “어떤 장면은 잘 와닿고, 어떤 장면은 와닿지만 표현이 잘 안 된다. 그래서 매회 편집본을 보면 아쉽다. 같이 촬영하고 있는 분들에게 폐만 안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찍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진정성밖에 없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방법을 생각해보려고 한다”고 자신의 다짐을 전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의사요한’은 오는 9일 7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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