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정치계의 도쿄 올림픽 보이콧 주장, 선수들은 무슨 죄

정치계의 도쿄 올림픽 보이콧 주장, 선수들은 무슨 죄

기사승인 2019-08-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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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정치계의 도쿄 올림픽 보이콧 주장, 선수들은 무슨 죄일부 정치권에서 2020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선수들의 안전 문제가 아닌 여론에 편승해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속셈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일 도쿄 올림픽과 관련 ‘선수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추가 안전조치가 없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응답이 68.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여론에 편승해 일부 여,야당에서는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일본 도쿄올림픽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면 올림픽 참가 여부 재검토부터 관광 금지까지 문체위 여당 간사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미래당은 7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아베 정부의 ‘방사능 올림픽’ 강행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연일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하는 것은 정부의 일본 외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함이자 벌써부터 다음해 총선을 겨냥한 표심용 발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 대한 정치계의 감정적 대응은 날이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지난 6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일본 제품 불매, 일본 여행 거부 등의 의미를 담은 배너기를 가로등 현수기에 걸었다. 하지만 지자체가 나설 경우 불매 운동을 정부에서 조장하는 것으로 비춰져 국제여론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서양호 중구청장은 SNS에 사과를 표하며 6시간 만에 배너기를 내렸다.

올림픽 보이콧 주장 역시 표심용 발언이라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림픽 보이콧은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하다. 자칫 홀로 고립될 수 있고,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 개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동호 스포츠 문화 소장은 "보이콧 운동은 내년 도쿄 올림픽 폐막일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있으나, 올림픽 자체가 보이콧 될 가능성은 없다라고 본다"며 "리우 올림픽, 88올림픽 등도 우려의 시선이 있었으나 진행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당장의 여론만 의식해 사실 관계, 후폭풍 등을 따져보지 않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은 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어 가장 큰 무대다. 4년간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맺는 무대다.

특히 아마추어 선수들은 올림픽만 바라보고 훈련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림픽 메달을 따면 연금과 각종 포상금 뿐만 아니라 병역 혜택도 얻을 수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감정적으로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것은 선수들의 노력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다. 정치권의 성급한 발언이 올림픽에 출전하려고 피땀 흘려 노력해온 선수들의 사기를 꺾을까 우려스럽다. 

올림픽헌장은 정치권, 정부의 스포츠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올림픽헌장엔 “스포츠와 선수의 정치적, 상업적 남용을 반대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치, 외교적 상황이 스포츠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순 보이콧을 주장하는 것 보다는 선수들을 향한 응원과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산 식자재 보급 등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뜨거운 가슴은 잠시 진정시키고 차가운 머리로 사태를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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