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치열해진 한·일 경제전쟁, 잊어서 안 되는 것은

치열해진 한·일 경제전쟁, 잊어서 안 되는 것은

기사승인 2019-08-09 0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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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치열해진 한·일 경제전쟁, 잊어서 안 되는 것은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입니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두고 시작된 갈등은 경제전쟁으로 번졌습니다. 일본은 지난달 반도체 주요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7일에는 전략물자 수출 시 절차를 간소화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내용을 공표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인 ‘가’ 그룹에서 제외했습니다. 신설된 ‘다’ 그룹에 일본을 포함시켜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국민도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 나서며 경제전쟁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 8개사가 발급한 신용카드로 우리 국민이 일본 내 가맹점에서 결제한 금액은 지난달 중하순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불매운동에 따라 일본으로 출국하는 국내 관광객 수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강제동원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오는 1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보이콧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에는 ‘당사자’인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빠져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반도체 주요 소재의 국산화를 위해 ‘주52시간제 유예’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장시간 노동을 줄여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입니다. 두 의견 모두 피해 당사자의 이야기는 배제돼 있습니다. ‘승리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태도는 올바른 것일까요.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서도 피해자가 중심이 되지 못 했습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위한 정부의 ‘1+1(한일 기업 공동기금 조성)’ 방안에 대해 “피해자들과 사전에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강제동원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최봉태 변호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가 과거 정권과 달리 (피해자들에게) 물밑접촉을 한 적은 있지만 합의할 정도의 충분한 의사소통은 아니었다”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사안의 당사자를 배제한 논의·합의는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1964년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움직임에 국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이듬해인 지난 65년 박정희 정권은 일본과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한·일 간의 합의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는 배제됐습니다. 배상과 사과 문제는 매듭지어지지 못했습니다. 이는 시간이 흘러 한일 경제전쟁의 뇌관이 되었습니다. 

사과 없는 일본, 당사자가 배제된 정의롭지 못 한 65년 합의. 이는 국민들이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일 경제전쟁을 현명하게 끝내기 위해서는 65년 합의 때와는 달라야 합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는 말로 포장되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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