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따뜻한 시선, 넓어진 보폭 ‘우리집’

기사승인 2019-08-22 21: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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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리뷰] 따뜻한 시선, 넓어진 보폭 ‘우리집’

윤가은 감독이 영화 ‘우리집’을 지어 돌아왔다. 첫 번째 장편영화 영화 ‘우리들’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윤 감독의 장점은 ‘우리집’에서도 돋보인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사려 깊다. 전작보다 전개의 보폭이 넓어진 것은 눈에 띄는 변화다. 

초등학교 5학년인 하나(김나연)는 매번 선행상을 받는 아이다.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살피고 배려한다. 하나가 바라는 것은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는 자주 싸우고, 오빠 찬은 그런 상황이 지겨워 밖으로 나돈다. 하나는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족들에게 가족여행을 제안하지만, 함께 모여 밥을 먹는 것도 힘든 가족들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름방학을 맞은 하나는 마트에서 우연히 보호자를 잃은 유진(주예림)을 발견하고 함께 언니 유미(김시아)를 찾아 나선다. 이 일로 만나 차츰 친해진 세 사람은 서로의 고민을 공유한다. 하나는 부모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이 두렵고, 부모의 직업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니는 유진과 유미는 또다시 집을 옮기는 것이 싫다. 이들은 각자의 집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한다. 

아이들은 ‘우리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법으로 고군분투한다. ‘우리집’을 지키기 위한 해결책들이 소소한 웃음과 함께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아이들의 해결책은 어른들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 나아졌다고 생각한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문제가 코앞까지 성큼 다가왔을 때, 세 아이들은 여름내 함께 만든 집을 안고 길을 떠나기로 한다.

하나와 유진·유미 자매가 지키고자 하는 ‘우리집’은 각각 다른 범주다. 하나에겐 갈등 없는 가정을 뜻하고, 유진와 유진에게는 생활의 터전인 주거 공간이다. 두 가지 모두 ‘우리집’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서로가 가진 것은 한 가지뿐이다.

영화 속 어른들의 문제와 부재는 아이들에게 쉽게 영향을 끼치지만 정작 어른들은 그 점을 눈치채지 못한다. 영화는 이로 인해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 속 세 인물이 모두 아이임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아이들이 여행을 결심하면서부터 영화의 결이 갑작스럽게 달라진다는 인상을 지우긴 힘들다. 현실의 골목에서 재기발랄하게 움직이던 아이들은 갑작스레 환상 동화 같은 낯선 길 위에 선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하나의 마지막 대사는 분명 영화적 맥락에선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울림을 선뜻 느끼긴 힘들다.

배우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의 연기가 빛난다. ‘우리들’을 봤던 관객들이라면 반가울 얼굴도 등장한다.

2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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