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엘러간 부작용 사태가 의사 돈벌이 수단이 됐다

기사승인 2019-08-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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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엘러간 부작용 사태가 의사 돈벌이 수단이 됐다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이참에 한몫하겠다는 성형외과들. 보형물 제거 수술비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금액 차이도 터무니없이 많이 난다. 수술한 사람들은 불안하다. 이런 상황을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언론도 알아야 한다.”

부작용 때문에 재수술을 고민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부 병원들이 가격 흥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엘러간이 제조한 가슴 보형물이 희귀암을 유발하고, 그 제품이 국내에만 11만개나 유통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엘러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환자들의 불안감과 분노, 고통이 담긴 글들이 하루에도 수 십 건씩 게재된다. 예방적 수술은 필요하지 않다는 보건당국의 권고에도 재수술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혹은 재수술을 잘 하는 병원, 후기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부작용도 부작용이지만 재수술 자체에 대한 부담, 경제적 부담 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환자는 “병원에서 재수술 비용으로 약 900만원을 달라고 했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고, 한 환자는 “다른 병원은 엘러간 인공유방 교체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내가 간 곳은 200~700만원을 말하더라. 다들 이 정도 받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내가 갔던 곳은 제거 비용 400만원, 교체 비용 700만원이었다. 그것도 엘러간 제품 이용자라 그 정도에 해주는 거라고 선심 쓰듯 말하더라. 근데 믿을 수가 없다”는 글도 올라왔다.

환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가짜 후기’나 ‘지라시’도 있다. ‘엘러간에서 지정한 병원’이라며 특정 병원을 언급한 글이 올라왔는데, 이에 환자들이 “왜 저 병원들만 지정됐는가”. “공지문을 볼 수 있는가”, “지정병원이 되기까지 얼마나 더러운 거래가 있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실상은 병원도 모르고 있던 ‘가짜 글’이었고,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찾고자 했던 환자들의 희망은 두 배로 무너졌다.

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치료를 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비급여 영역이기에 병원별로 비용이 다르게 발생하는 것도 맞다. 다만, 환자의 마음까지 함께 치료하는 곳이 의료기관이길 바랐다. 아직 엘러간에서 구체적인 보상안을 제출하지 않았고, 식약처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지만 ‘의료기관’마저 환자의 고통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환자들이 기댈 곳은 사실상 없다. 오직 본인과 같은 피해를 받은 환자들뿐이다. 

물론 모든 병원이 그런 것도 아니다. 무료로 해당 인공유방을 제공해준다는 의료기관이 있다고 하고, 무료로 진행되지만 타 병원과의 마찰로 인해 상호 노출은 어려운 곳도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부담을 환자와 의료기관에게만 지우는 것 같기도 하다. 식약처 등 보건당국과 회사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환자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는 의료기관도 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 불안을 고민해주길 바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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