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으로 ‘흉흉한 동네’ 낙인…화성시민 “용의자 나왔지만 심경 복잡해”

기사승인 2019-09-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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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에 ‘우범지대’ 오명을 씌웠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됐다. 과거 사건과 함께 지역명이 다시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주민들은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986~1991년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은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수사에 동원된 경찰력은 205만여 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다. 수사대상자 2만1280명, 지문대조 기록 4만116명에 달하는 총력 수사가 벌어졌지만,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8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 윤모(당시 22세)씨가 모방범으로 드러나자 모방범죄 발생에 대한 공포까지 더해졌다.

화성시에는 ‘우범지대’라는 낙인이 찍혔다. 사건 이후 화성시는 병점역 등 수도권 전철과 여러 중견 제조업체가 들어서며 도시화 됐다. 그러나 강력범죄가 사회적 주목을 받을 때마다 대표적인 치안 불안 지역으로 거론됐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이 흥행하며 화성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굳어졌다. 방송에 출연하는 모 웹툰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화성시를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로 묘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과거 사건이 상기되며 화성시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반정동에서 평생을 지낸 김성희(72·여)씨는 “태안면 반정리(현 반정동) 시절부터 살인·강간 사건을 숱하게 목격했다”며 “가장 끔찍했던 사건이 다시 떠들썩해져 마음이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일부는 아니지만, 반정리에 살던 조카딸을 강간·살인 사건으로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를 확인했다는 뉴스는 사람들이 잊고 있던 상처를 들쑤실 뿐”이라고 비관했다.

반면 용의자 확인을 계기로 지역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10여 년간 화성시에서 직장생활을 한 강도경(50·여)씨는 “화성시에 발령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연쇄살인’이었는데, 지내보니 굉장히 평범한 도시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제사건으로 남았기 때문에 영화 소재로 이용되고, 사람들의 공포심이 더욱 부풀려졌던 것”이라며 “사건 실마리를 찾았으니 흉흉한 동네라는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사회적 트라우마도 치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쇄살인으로 ‘흉흉한 동네’ 낙인…화성시민 “용의자 나왔지만 심경 복잡해”화성시청동부출장소 관계자는 “화성시의 대외 이미지가 개발 전 80년대 모습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범행 장소였던 태안읍은 진안동, 병점1동, 병점2동, 반월동, 기배동, 화산동 등 6개 행정동으로 분할됐다. 인구 역시 2001년 4만2000여 명에서 현재 16만5000여 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강력범죄의 위험은 어느 도시에나 있는데, 유독 화성시만 치안 불안 지역으로 인식됐다”며 “시의 실제 모습에 대한 오해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19일 화성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5·7·9차 범행 증거에서 나온 DNA가 현재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56)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나머지 6건의 범행에 대해 경찰은 이씨를 범인으로 단정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씨는 DNA 감식 결과가 나온 직후 진행된 1차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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