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알못 투자기] 은행 AI 믿고 내 돈 맡겨 봤다

기사승인 2019-09-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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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화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AI(인공지능) 기술이 우리사회 곳곳에 도입되고 있다. 금융투자 분야는 그 가운데 AI기술이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AI는 투자 대상은 물론 매입 및 매도 시점까지 제시해 준다.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금융분야의 장벽을 허물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사들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AI를 기반으로 하는 ‘로보 어드바이저’를 우후죽순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앞서 겪어 보지 못한 AI라는 신기술에 막연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 AI가 만능인 것처럼 믿는 이들도 있다. 이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객과 접근 채널을 가지고 있는 은행의 로보 어드바이저를 기반으로 한 투자경험을 공유함으로써 AI에 대해 실상을 살펴본다.

◆은행 로보 어드바이저 투자 시작은 성향분석

은행에서 로보 어드바이저는 주로 펀드 추천에 활용되고 있다.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로보 어드바이저가 분산투자 방식으로 여러 투자상품을 선정해 주는 방식이다. 이에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로보 어드바이저가 추천해 주는 포트폴리오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

은행의 로보 어드바이저 투자는 투자성향 분석으로 시작한다. 로보 어드바이저 투자는 투자성향 분석을 통해 고객의 투자성향과 목적을 확인하고, 제안 상품과 자산분배 비중을 확인한 후 추가적인 정보입력의 과정을 거쳐 가입이 진행된다. 4대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만 고객이 투자성향을 임의적으로 선정하고 향후 투자성향을 재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투자성향은 고객이 손실을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수 있냐에 따라 '안정형-안정추구형-위험중립형-적극투자형-공격투자형' 등 5가지 성향으로 구분된다. 주로 고객의 나이와 수입 상황, 투자 경험, 투자 기간, 손실 감내 범위 등에 대한 설문을 바탕으로 투자성향이 분석된다. 

기자는 향후 투자성과 비교를 위해 4대 은행 모두 투자 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통일했다. 원금의 20%까지 손실을 감내할 수 있으며, 투자기간은 6개월~1년, 수입은 증가하거나 유지, 파생상품 투자경험 전무(全無), 금융지식은 낮은 수준으로 설문에 답했다. 여기에 전문가의 조언을 제외한 로보 어드바이저의 추천만을 받았다.

◆같은 적극투자형, 서로 다른 위험도 상품 추천

투자성향과 설문을 통일시켰지만 은행마다 추천하는 상품(20일 기준)은 달랐다. 특히 은행에 따라 추천한 상품의 위험도에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금융상품의 위험도는 '매우 낮은 위험-낮은 위험-보통위험-다소 높은 위험-높은 위험-매우 높은 위험' 등 6단계로 구분된다.

신한·국민·하나은행의 경우 적극투자형 임에도 보통위험 이하의 저위험 상품이 투자비중의 50% 이상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가장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국민은행의 포트폴리오는 보통위험 이하의 상품이 전체의 92%에 달했다. 뒤이어 신한은행 68%, 하나은행 60% 순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우리은행의 포트폴리오는 유일하게 ‘매우 높은 위험’의 상품을 포함했으며, 보통위험 이하의 상품 비중도 32%에 불과했다. 반대로 다소 위험 이상 등급의 상품이 68%에 달했다. 우리은행의 ‘매우 높은 위험’ 상품은 ‘맥쿼리차이나Bull 1.5배증권자투자신탁’으로 우리은행의 유별난 추천이 향후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이밖에 은행들이 제시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다른 은행과 달리 국민은행의 포트폴리오는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이 운영하는 상품을 37.36%나 추천 포트폴리오에 담은 점이 눈에 띄었다. 다른 은행의 경우 자회사나 계열사가 운영하는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금알못 투자기] 은행 AI 믿고 내 돈 맡겨 봤다◆계약 승인까지 뜻밖의 변수 ‘한도제한계좌·인터넷 이체제한’  

로보 어드바이저가 추천한 포트폴리오와 개별 상품의 투자설명서를 확인한 후 각 은행에 100만원씩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투자계약을 완료하기까지는 넘어야할 난관은 남아 있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한도제한계좌와 인터넷뱅킹 이체제한 문제다.

주거래 은행이 아닌 4대 은행에서 상품을 모두 가입하다 보니 한도제한계좌와 인터넷뱅킹 이체제한 계좌가 존재했던 것. 신한은행 계좌가 한도제한계좌로 송금이 30만원 밖에 불가능했으며, 국민은행의 경우 인터넷뱅킹이 장기 미사용으로 이체제한이 걸려있었다. 

한도제한계좌 문제로 포트폴리오 상의 5개 상품 가운데 2개만 가입되는 문제가 발생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이 들었다. 결국 은행 창구를 방문해야 했다. 주거래은행이 아닌 은행에서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해 펀드에 가입하려는 이들은 꼭 한도제한계좌 여부를 확인하기를 충고한다. 이밖에 국민은행 인터넷뱅킹 이체제한은 온라인 본인확인을 통해 바로 해결 가능했다.

계약을 모두 마무리하면 신규거래가 완료됐다는 문자가 은행에서 온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3개월 단위로 펀드 리밸런싱을 할 것을 조언하는 등 도움이 되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반대로 4개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은 가입 절차가 완료되고도 문자가 오지 않아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아울러 이날 펀드에 가입했다고 해서 바로 거래가 모두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었다. 포트폴리오를 통한 가입은 일괄거래인 만큼 일괄거래 완료까지 며칠의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한 펀드 투자는 세제지원 펀드로 가입할 수 없었다.

한편 다음 편부터는 이날 투자한 4개 은행의 로보 어드바이저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수익률 상황을 소개하겠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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