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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이승훈, 일그러진 금메달리스트

이승훈, 일그러진 금메달리스트

문대찬 기자입력 : 2019.09.20 17:56:22 | 수정 : 2019.09.21 01:53:00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우승을 차지한 뒤 정재원(좌)과 이승훈(우)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목에 걸린 메달이 빛을 잃었다. 한국 빙상계의 간판스타 이승훈이 고개를 숙였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제35차 스포츠 공정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열고 이승훈의 재심청구에 대해 기각을 결정했다. “징계를 번복할 새로운 근거나 정황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승훈의 민낯은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연맹 특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2011년과 2013년, 2016년 해외 대회를 치르는 동안 숙소 및 식당에서 후배 선수 2명에게 폭행 및 가혹 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이승훈은 2013년 독일에서 훈련할 당시 A선수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물구나무서기를 시켜 모욕을 줬다. 2016년 스피드스케이팅 4차 월드컵이 열린 네덜란드의 한 식당에서는 후배들과 식사 도중 밥풀이 튀었다는 이유로 B선수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쳤다. 피해자가 웃으며 “선배 죄송해요”라고 사과하자 화를 낸 뒤 폭행했다.

당시 이승훈은 “훈계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폭행 정황이 드러났다”며 출전정지 1년 중징계를 내렸다.

민낯이 드러난 이상 이승훈의 성과도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다.

이승훈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영웅’이었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100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팀 추월 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노력과 의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승훈의 금메달을 위해 후배 선수가 희생을 강요받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시 JTBC 시사예능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유시민은 “정재원 선수가 페이스메이커로서 활약했다. 그걸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얘기한다. 이게 진짜 아름다운 광경이냐”며 “이건 올림픽 헌장에 어긋나는 일이다. ‘모든 경쟁은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다’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매스스타트는 개인 경기”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후 2011년 아시안게임에서 이승훈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하고도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게 된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는 선수의 증언 등이 나왔지만 힘을 얻지 못했다. 이승훈이 후배 정재원에게 사이클을 선물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도 사라졌다.

하지만 후배를 폭행했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권위와 강압으로 얼룩진 빙상계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냈다. 페이스메이커가 공공연하게 강요되고, 대물림 됐다는 의혹을 피하긴 힘들어졌다.

이승훈은 앞으로 1년간 스케이트화를 벗는다. 태극마크도 달지 못한다. 앞서 이승훈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톱랭커들이 출전하는 국제 이벤트는 물론이고 국내대회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되면서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시 돌아와 부활한다고 해도 이전처럼 국민의 응원을 순풍처럼 업고 트랙을 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승훈이 일그러진 영웅으로 전락할 것이라 예상한 이가 있었을까.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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