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벤허(Ben-Hur, 1959)'와 경영자의 유형

입력 2019-10-21 10: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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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Ben-Hur, 1959)'는 예수의 탄생과 죽음의 시기를 배경으로, 유다 벤허라는 한 유대인이 귀족에서 노예로 전락하였다가 신분을 극복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통해 배신, 복수, 사랑, 기적, 그리고 종교로의 귀의하는 삶이 펼쳐진다.

당시로는 엄청난 천문학적 금액인 15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영화는, 노예선과 해상전투 정면, 골고다를 오르는 예수의 모습, 나병이 치유되는 장면, 십자가 밑에서 신앙인으로 귀의하는 장면은 시대를 뛰어넘어 재미와 감동을 준다.

특히, 15분간 계속되는 전차경주 장면은, 엑스트라 1만여 명, 트랙용 모래 4만t, 유고슬라비아산 경주마 수십 마리를 투입해 석 달 동안 대당 10만 달러가 넘는 카메라 6대가 사용하여 촬영되었다. 

더구나 오늘날처럼 특수효과가 발달되지 못한 시기에 촬영되었으므로 배우들은 실제에 가까운 연기를 해야 했고, 그 때문에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이렇게 하여 완성된 박진감, 현장감이 넘치는 스팩터클한 전차경기장면은 1세기에 이르는 영화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벤허가 ‘가장 감명 깊은 영화’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벤허(Ben-Hur, 1959)'와 경영자의 유형필자는 이 영화의 압권인 전차경주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만 살펴보았다. 대조적으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배자인 로마인의 상징으로 흑마 4마리를 끌고 출전한 멧살라와 피지배자인 유대인의 희망으로 백마 4마리로 이루어진 전차를 타고 출전한 벤허이다. 

기업의 입장에 비추어 본다면, 마차를 ‘기업’, 말을 ‘종업원’, 마차를 끄는 사람을 ‘경영자’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자는 ‘소유경영자’로서, 승리를 위해 말에게 채찍질을 하는 강압적인 유형인데, 심지어 마차에 파괴 장치를 달아 다른 사람들의 마차를 부셔버리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파괴 장치에 걸려 전차는 뒤집혀지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 죽게 되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후자는 기업의 소유자(부호 아랍인)를 대신하여 경주에 참가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자’로서, 말에게 채찍질을 하지 않고 잘 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온정적인 유형이다. 

처음 말을 보고 ‘말은 훌륭하지만 한 팀이 되지 않았다’는 그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말 한 마리마다 그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의 ‘벤허’는 특급 조련사(경영자)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결국, 첫째 번 유형은 처음에는 승리할 것 같았지만 그 끝은 파멸에 이른다. 둘째 번 유형은 비록 처음에는 뒤쳐졌지만 승리의 월계관을 쓰게 된다.

일본의 석학 이타미 히로유키는 그의 저서 '경영자가 된다는 것'에서 “타인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경영의 근간”이며, “평범한 경영자는 지시한다. 좋은 경영자는 설명한다. 뛰어난 경영자는 모범이 된다. 위대한 경영자는 직원들의 마음에 불을 붙인다”고 하였다. 

위대한 경영자의 조건은 자기 맡은 일을 충실히 함은 물론, 종업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아픔을 이해함으로써 적절하게 동기부여하는데 달려 있다. 

영화 속의 벤허도 이러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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