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고양시장의 시의회 발언에 찬반 논란 이어져

입력 2019-10-22 15: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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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진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나.” “추상적인 말만 늘어놔 실망스럽다.”

이재준 고양시장의 시의회 발언이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역의 해묵은 현안인 요진개발의 기부채납 미이행 사건을 해결할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긍정론과 마땅한 해법 없이 한탄과 푸념만 뱉어놓았다는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의 발언은 지난 15일 열린 제235회 고양시의회 본회의 시정질의 자리에서 나왔다. 이 시장은 이날 이홍규 의원의 요진사태 관련 질의에 전에 없이 강경한 어조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서면답변을 할 예정이었다가 내놓은 의외의 작심발언이기도 하다.

이 시장은 발언 서두부터 요진와이시티를 생각하면 역겹다로 시작해 왜 고양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20여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을까등으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경기도의원 시절 활동과 일화 등을 거론하고는 요진사태에 대해 전임 시장(최성)과 전전임 시장(강현석) 시절 잘못됐다면서 요진사태를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암시했다. 더불어 당시 잘못된 고양시 행정과 시의회 활동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지적하며 성토했다.

이어서 그는 요진개발의 학교부지 무상증여 등과 관련해 처음부터 공공시설로 기부하지 않고 자기네 소유로 가져가려고 계획했던 것이라며 요진을 악덕기업으로 규정했다.

이 시장은 발언 막바지에서 한껏 수위를 높여 자신의 의지를 표현했다. 현재로서는 진행 중인 소송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음을 전제하고는 “5대 로펌을 쓰고 싶다. 수십억 수백억을 들여서라도 이것은 반드시 뿌리 뽑고 싶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부활을 위해서 시의회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런 이 시장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수의 공직자와 시민들은 무엇보다 요진사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이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밝힌 점에 주목했다. 특히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요진사태의 잘못된 부분을 발본색원하고자 하는 의지를 과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요진사태에 대한 이 시장의 시각을 인상적으로 여겼다. 전직 두 시장 재임시절 잘못된 지시에 의한 잘못된 계약이 이뤄졌다고 지적하며 권력형 비리를 인정하는 발언에서 나름의 소신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아가 요진사태를 나쁜 기업요진의 공작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하는 점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고양시 한 공무원은 요진사태로 여론이 들끓던 중에도 장막 뒤에 숨어 있던 이 시장이 이번 발언을 통해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교적 요진사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해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역시 다수의 공직자와 시민들은 이 시장의 발언을 한탄과 푸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저평가했다.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을 뿐 알맹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20년 전부터 진행돼온 내용을 자신에게 따지고, 자신의 경기도의원 시절 주위에서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탄하는 점 등을 볼 때 별로 기대할 게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 진행 중인 대법원의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 소송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이고 안일한 발언에 실망감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다른 한 공무원은 요진사태 이면의 부정과 비리는 이미 시민들 사이에 많이 알려져 있어서인지 이 시장의 발언이 별로 와 닿지 않았다면서 현 시점에서 요진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보겠다는 전략이 없어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5일간 단식투쟁을 하는 등 요진사태 해결에 천착해온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 고철용 본부장은 이 시장의 발언에 조건부 호응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 시장의 문제파악과 의지를 인정하되, 이를 앞으로 어떻게 행동으로 나타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고 본부장은 이 시장이 나름대로 요진게이트 관련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과 해결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공직자는 물론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준 고양시장의 시의회 발언에 찬반 논란 이어져

한편 이홍규 의원은 지난 15일 시정질의를 통해 요진개발의 기부채납 미이행과 관련한 의혹과 고양시장의 입장을 조목조목 따져 물으며 고양시의회 새로운 요진사태 전문가요진 저격수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 의원은 특히 논란의 중심인 학교부지와 관련해 요진개발과 휘경학원 대표자가 부자관계에서 학교부지를 무상증여한 것은 고양시의 불법적 동의하에 이루어진 불법증여라며 그렇다면 그 행위는 당연히 원인무효가 되고 관련자는 모두 고발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 증여서류에 학교설립이 안 될 경우 해당 부지를 고양시에 기부채납한다는 내용을 고의로 누락시켰다면 횡령 및 사기의 정황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며 고양시장에게 학교부지에 대한 공유재산 관리계획 수립, 국세청과 수사기관에 불법증여 고발 등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고양시의 석연치 않은 의사결정과 미숙함을 명명백백히 밝혀 그 책임여부를 묻고 추상같은 공직기강을 확립해야 한다반드시 8대 시의회에서 요진사태를 해결해 더 이상 수치와 모욕을 후대 의회에 넘기지 말자고 시장과 시의회에 주문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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