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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가 극기훈련?…전두환 후계자 아니고서야”

“삼청교육대가 극기훈련?…전두환 후계자 아니고서야”

정진용 기자입력 : 2019.11.11 06:05:00 | 수정 : 2019.11.11 08:11:00

사진=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국민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삼청교육대 피해자들. 왼쪽부터 장석칠(69)씨, 이운(70)씨, 서영수(67) 삼청교육진상규명 전국투쟁위원회 위원장, 안찬호(65)씨.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환청이 들린다. 밤중에 사람을 패는 소리다. 조교가 군홧발로 짓밟고, 맞는 사람은 비명을 지르고…5공 최대 인권 유린 사태를 미화하다니, 박찬주 전 육군 대장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두환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건가”

국방부가 집계한 사망자만 449명에 달하는 ‘삼청교육대 사건’. 희대의 인권 탄압 사건에 대한 왜곡된 발언이 피해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삼청교육대 사건은 1980년 8월 전두환 정권이 '불량배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7개월간 전국 군부대에 6만755명을 영장도 없이 검거, 군사 교육과 노역을 시킨 대표적인 인권탄압 사건이다. 1988년 국회의 국방부 국정감사 발표에 의하면 현장 사망자 52명,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 397명, 정신장애 등 상해자는 2678명이 발생했다.

박 전 대장은 한국당 영입 인재 대상이었다. 박 전 대장은 지난 4일 자신과 부인의 갑질 의혹을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겨냥해 "삼청교육대에서 교육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막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 전 대장은 해명했지만 자신의 비뚤어진 인식을 되려 재확인한 꼴이 됐다. 그는 “극기 훈련을 통해 단련 받으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노의 표현이었다”면서 “사과할 의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정치권 반응은 개탄스러웠다. “인권 감수성 제로, 역사의식 제로”(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5공 시대에나 어울리는 분”(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황 대표는 여전히 박 전 대장을 옹호했다. 당내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영입 의사를 철회했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보물은 보물처럼 대접해야 한다”면서 박 전 대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마음 같아서는 그놈(박 전 대장)을 삼청교육대에 보내고 싶다니까!”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시민단체 ‘국민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삼청교육대 피해자 4명은 박 전 대장 발언에 분노했다. 서영수(67) 삼청교육진상규명 전국투쟁위원회 위원장, 장석칠(69)씨, 이운(70)씨, 안찬호(65)씨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이유도, 수감 기간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한 목소리로 아직까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삼청교육대는 ‘극기 훈련’과 전혀 달랐다. 조교들은 사람을 밧줄에 묶어 매달아 샌드백처럼 때렸다. 트럭 뒤에 사람을 매단 채 돌멩이가 박힌 연병장을 돌다 피부가 찢어져 장기가 빠져나온 일도 있었다. 폭행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처참한 시신을 가족에게 찾아가라 하고 사인은 ‘심장마비’로 기재했다. 일부 공수부대에서는 시신이 너무 많아 5기짜리 화장로를 내부에 지었다.

사진=서 위원장의 두 손목에는 삼청교육대에서 받은 가혹행위로 생긴 철조망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이씨는 평화민주당 서대문 지구당 청년부장을 했다는 이유로 끌려갔다. 6주 동안 군부대에서 얼차려와 통나무 들기 등 훈련을 받고 나왔다. 지금까지도 심장과 허리가 아프다. 이씨는 “젊고 몸이 건강해서 살아 나온 거라고 다들 얘기했다”고 조용히 말했다.

장씨는 박 전 대장의 발언에 분노할 힘조차 없어 보였다. 긴 침묵 뒤 간신히 입을 뗀 장씨는 “삼청교육대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그는 지인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잡혀간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정신장애 3급을 진단받았다. 논리정연하게 말하기 힘든 상태다. 장씨는 “사회로 돌아왔더니 내가 운영하던 가게, 가족, 친구 모조리 사라졌다”면서 “내 인생이 없어졌다”고 계속해서 읊조렸다. 

몇몇은 억울함에 목소리가 커졌다. 자신이 당한 가혹행위를 담담히 회상하던 안씨는 박 전 대장 발언을 듣고 “욕을 참으려야 참을 수가 없다”면서 “내가 박 전 대장을 제대로 교육하고 싶다”고 목청을 높였다.

가혹행위로 두 손목에 철조망 자국이 선명한 서 위원장은 “박 전 대장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경악을 넘어 군부 대장이라는 자가 저런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치가 떨렸다”며 “피해자들 앞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라고 토로했다. 평범한 택시 운전사였던 서 위원장은 1980년 영문도 모르고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동료 운전사들끼리 모여 만든 조기 축구회가 별안간 야당 국회의원들과 결부된 정치 조직으로 둔갑했다. 그는 장장 3년을 넘게 삼청교육대 공수부대를 전전했다.

박 전 대장을 ‘정말 귀한 분’이라며 영입하려 한 황 대표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가 높았다. 안씨는 “아직도 파쇼 정권, 80년대에 머무르고 있는 자를 영입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당이 해체돼야 한다는 방증”이라면서 “황 대표에게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경천애인’(敬天愛人·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 정신이 없다. 황 대표는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 위원장은 현 상황을 유신 시대로의 회귀 시도로 보고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 위원장은 “박 전 대장과 황 대표는 유신의 폐해를 부르짖고 있다. 전두환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세력”이라며 “40년 전 철학으로 무장한 이들이 권력을 탐하고 입법기관까지 넘보는 작태를 용납할 수 없다. 이 땅에 저런 정치철학을 가진 이들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민단체들과 추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용, 이소연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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