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서 6세기 신라 목간 발견…토지 관리 문서로 추정

입력 2019-12-09 10: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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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에서 신라 시대 토지와 관련된 목간(문자를 기록한 나무 조각)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경산 소월리 유적을 발굴 조사 중인 화랑문화재연구원은 수혈(竪穴·구덩이)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에서 삼면에 얼굴 모양을 표현한 토기와 함께 신라시대 토지 관련 목간을 찾아냈다고 9일 밝혔다.

목간의 길이는 74.2㎝로 사람 얼굴 모양 토기의 아래에서 출토됐다. 목간의 서체나 내용을 근거로 6세기 유물로 짐작되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6일 1차 판독을 통해 총 6면에 글자 94자를 읽었다. 이중 2면은 동일한 글자가 반복해서 나타나 글씨를 연습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1차 판독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기록된 글자의 서체나 내용으로 보아 대체로 경산 인근 지역의 토지 현황을 기록한 ‘6세기대에 작성된 토지관리 문서 목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목간에 기록된 글자 가운데 ‘곡(谷)과 답(畓), 제(堤)’ 등이 주목된다. 이번에 발견된 목간을 통해 골짜기(곡, 谷)를 배경으로 형성된 일정한 집단이 있었으며, 둑(제, 堤)이 조세 부과와 연관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를 통해 골짜기(谷)와 둑(堤)을 중심으로 한 당시 지방 촌락의 입지, 농업 생산력 증대를 위해 축조한 제방과 그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논의 존재, 그곳을 대상으로 조세를 수취하는 중앙 정부의 지배 양상을 동시에 엿볼 수 있게 됐다.

또 논을 의미하는 우리 고유의 한자(漢字)인 답(畓)을 사용했다는 점과 조세 부과를 위한 토지 면적 단위는 결(結)이나 부(負)를 사용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경산서 6세기 신라 목간 발견…토지 관리 문서로 추정

연구소는 답(畓), 결(結), 부(負) 자는 언어학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목간 작성 시기를 추측하는 데에도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고유의 한자로 논을 표현하는 답(畓)도 주목받고 있다. 해당 글자는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국보 제33호)에 처음 나왔다고 알려졌는데, 목간에 등장하는 답(畓)을 통해 목간의 제작연대도 비슷한 시기임을 추정할 수 있다.

연구소는 학계와 함께 목간 추가 판독과 연구를 거쳐 확인한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 유물에 대한 고고학·자연과학 분석과 목간과 유구 사이 관계 연구도 진행할 방침이다.

경산=최재용 기자 gd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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