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강남권 부동산 시장...연이은 규제에 업계 반응은[기획]

기사승인 2020-01-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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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이후 18번에 달하는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하면서 향후 주택시장 흐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와 종합부동산세 과세라는 규제 방안을 발표했고 나아가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대출을 줄이고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처방까지 내놓아서다. 

이 가운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중추로 불리는 강남권 시장의 흐름은 양 갈래로 나눠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방안에 따른 거래 위축 등으로 기존 주택시장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으나 신규 분양 시장의 열기는 당분간 여전히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규제 대책이 역설적으로 자본력을 갖춘 실수요자들에게는 호재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 “강남권 주택시장은 위축, 거래량 감소 뚜렷”

강남권 내 기존 주택 시세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구와 서초구 내 실거래가로 신고된 거래 건수는 각각 112건, 101건으로 전월(387건, 315건) 대비 급감했다. 특히 강남구 대치동의 12월 거래 건수는 8건에 불과해 전달(61건)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 재건축 호재가 풍부한 강남 개포동도 24건으로 전월(49건) 대비 2배 가까이 감소했다. 

강남구 개포동 내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시장만 보면 거래는 거의 올스톱 상태”라며 “현재 문의를 하고 있는 이들 중 퇴직자들이 종부세에 대한 부담을 우려해 매물을 내놓으려고 하고 있다. 다주택자들도 기존 시세 대비 인하된 가격으로 물량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포동 내에서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조합원 관계자도 “현재 매수나 매도와 관련한 문의가 뚜렷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상황 원인은 정부 규제로 인해 시장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포동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단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는 분위기가 있고, 보유세 강화 등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에 현재 보합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장재현 본부장도 “실수요자가 아닌 단기적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대출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기 시작하면 가격이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vs 강남권 부동산 시장...연이은 규제에 업계 반응은[기획]

◆ 강남권 분양 시장 여전히 ‘활활’…“분양가 조정은 자산가에 호재”

기존 재고 주택시장은 주춤하지만 분양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오히려 정부의 규제로 인해 분양가가 기존 시세 대비 저렴하다는 인식 때문에 ‘로또 아파트’를 양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권 재건축 분양 아파트는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역삼센트럴아이파크도 1순위에서 65.04대 1의 청약률을 냈다. 

이 같은 흐름은 시세 대비 기존 강남 재건축 신규 분양 단지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에서다. 또한 지난해 준공을 마무리한 강남 재건축 단지의 웃돈은 현재 10억원 이상 오른 상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고 분양 시장은 여전히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개포동 내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경우 최근 84㎡가구가 27억원에 거래됐다. 당시 분양가가 1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약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 분양 시장을 규제할수록 오히려 현금성 자산이 많은 실수요자들이 유리해진 상태”라며 “실제 부동산 정책은 정권이 바뀜에 따라 크게 변화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자산가들에게는 지금의 투자하더라도 부담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규제로 인해 재건축 추진이 위축되고 이에 따른 공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결국 공급 감소는 다시 주택 가격을 상승시킬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포동 내 재건축 조합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는 내년 하반기 부터는 강남권 내에서도 신규 공급 물량이 크게 감소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즉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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