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과잉시대…전북 신규 창업자 '십중팔구 폐업'

입력 2020-01-17 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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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역에서 최근 폐업한 커피전문점.[쿠키뉴스=송미경 기자]

#금융회사에 다니다 결혼과 함께 '경단녀(경력단절 여성)'가 된 A씨. 그는 비교적 창업자금이 적게 들 것으로 보이는 커피숍 개업을 결심하고 바리스타 2급 자격증까지 땄다. 전주 모처에 커피숍을 개업했지만 야심찬 발걸음은 1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는 것으로 멈춰섰다.

쌈짓돈으로 가지고 있던 2천만 원과 3천만 원을 대출받아 창업했지만 인근에 대형 프랜차이즈점이 생기면서 매출이 떨어졌고 월세는 물론 아르바이트비와 전기료마저 못낼 형편에 처해지자 가게를 접은 것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든 B씨도 비슷한 경우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물론 빵굽는 기술까지 배워 커피숍을 차렸지만 매출은 생각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100만 원이 넘는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

B씨는 “몸만 고생하고 창업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만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며 “전북지역에 커피숍이 지나치게 공급되고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신규 창업자는 발을 붙일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취업난과 불경기로 전북지역에 마땅한 투자처가 줄어들면서 커피숍 창업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과잉공급에 따른 수요자 나눠 갖기와 대형프랜차이즈에 손님을 빼앗겨 '신규 창업자 10곳 중 8곳은 망한다'는 말이 흉흉하게 나돌 정도다.

국세청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북지역 커피음료점 사업자 수는 2천484 곳으로 최근 5년동안 매년 300~400곳의 커피숍이 새로 개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숍 창업은 시단위 지자체에 집중돼 있으며 전주시에 가장 많은 1천129곳이 있고 군산시(357곳), 익산시(318곳), 남원시(135곳), 완주군(130곳) 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구 등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구매력이 떨어지는 상태다.

비교적 소자본과 특별한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는 이점 때문에 너도나도 커피숍 창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상당수가 3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접고 있다.

최근 3년간 국세청에 폐업 신고한 건수는 전주시가 180곳, 익산시는 50곳, 군산시는 28곳으로 나타났으며 업종을 변경하거나 음식과 함께 음료를 판매하는 곳까지 합치게 되면 휴·폐업을 한 수는 훨씬 많다는 게 전주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창업에 앞서 충분한 경험과 상권, 입지, 수요의 특성 등에 대한 분석과 합리적인 경영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북 소상공인 연합회 관계자는 “창업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경험과 노하우 없이 커피숍을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십중팔구 망하기 쉽다”며 “창업에 앞서 다른 커피숍에서 일을 해보고 경험을 쌓아 적성에 맞는 지를 우선 파악하고 남과 다른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은 상태에서 창업을 해야 실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주=송미경 기자 s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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