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리에 미친남자 김용호 ‘아쟁산조 세계에 울린다’

입력 2020-03-09 23:47:29
- + 인쇄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주=쿠키뉴스] 홍재희 기자 = 국악인 김용호(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는 아쟁산조로 클래식의 본고장 러시아를 사로잡았다. 그는 구음으로 전수받던 아쟁산조를 오선지에 옮겨 서양악기와 협주가 가능토록 이끌었다. 그는 “우리 소리를 세계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9일 도립국악원 교육·연구실에서 만난 김 학예실장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너무 너무 좋아해 정성을 쏟고, 혼을 바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고 운을 뗐다.

김 학예실장은 “판소리에 미쳐서 전주를 찾았고 우연히 들은 아쟁소리가 너무나 좋아 이 길을 걷고 있다”며 “아쟁은 중국에서 넘어 온 악기이지만 당나라 이후 중국에서는 단절되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자부심을 내보였다.

이어 “아쟁은 현을 마찰해 소리를 내는 악기로 12줄 가야금보다 중저음의 소리를 내며 서양의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정도의 음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연주법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고 서양악기와도 협연이 가능한 악기이다”고 설명했다.

아쟁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지난 2003년 스승에게 구음으로 전수 받았던 아쟁산조를 피아노 건반을 눌려가며 서양악보 오선지로 옮겨 최초의 단행본인 산조악보를 만들었다.

또 우리 가락인 아쟁산조를 클래식의 본고장인 러시아 차이콥스키 콘서바토리 초청으로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세계에 알려오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국악이론, 가야금, 거문고, 대금, 아쟁, 장고 등 악기별 강습을 2017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학예실장은 “지난 4년간 러시아 차이콥스키 콘서바토리에서 진행해온 국악특별 강의가 올해 마지막이다”면서 “지속적으로 우리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북도립국악원의 향후 공연계획도 설명했다. 내년까지 의(衣)·식(食)·주(住)를 소재로 공연을 기획하고 있으며 올해는 전통음악에 가례도감 복식을 가미한 소리를 들려줄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식(食)에 대한 공연을 선보였다.

김 학예실장은 “내년부터 추진될 도립국악원 증개축시간 동안 교육을 진행할 장소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대체장소를 마련해 현재의 교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1986년 국악원 개원 당시 교육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며 “남은 임기동안 우리나라에서 앞서가는 교육·연구부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판소리를 배우기 위해 다니던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중퇴하고 무작정 소리를 배우기 위해 전주로 내려왔다. 명창 이일주 선생에게 사사했던 그는 우연히 들은 중·저음의 한 서린 아쟁소리에 반해서 아쟁산조 예능보유자 박종선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obliviat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