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코로나19’에 지친 몸과 마음 달래려 야외로…

기사승인 2020-03-22 23: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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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증 피해 산과 들바다로-

-고속도로휴게소대형버스는 없고 개인차량만 줄지어-

-화창한 봄 날씨에 라이더들 코로나 광풍 가르며 질주-

-상춘객들마스크 쓰고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 지키며 조심조심-

-주말 맞아 동해안 관광지 등 사람들 모이는 곳지자체 방역 구슬땀-

[쿠키뉴스] 하남· 남양주·양평·이천/ ·사진 곽경근 대기자 =포근한 봄 날씨가 이어진 주말인 21일과 22일, 많은 사람들이 전국의 산과 들, 바다를 찾아 나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개학·개강 연기, 재택근무 등 집 안에 온 식구가 함께 머물며 답답함을 이어가던 시민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개인 차량과 자전거를 이용해 한적한 야외로 탈출했다.

감염병의 확산 못지않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코로나우울증)’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심리적 방역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이 무너지면 건강도 따라서 무너지기 때문이다. 마음의 위안은 일상에서 얻을 수 있다. 수시로 떨어져 사는 가족과 지인들과 통화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실내 대신 잠시라도 탁 트인 야외로 나가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돌아오는 것도 중요하다.

산수유, 매화, 진달래 등 봄 꽃들이 속절없이 피어나 사람들을 유혹하고 전형적인 봄 날씨를 보인 주말, 도심 관광지나 거리, 쇼핑센터와 극장가는 텅 빈 반면 감염 우려가 적은 한적한 서울 근교 산이나 공원, 강과 바다 등 관광지는 등산객과 나들이객들로 제법 붐볐다. 그래도 타인과의 접촉을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인적 드문 오지를 찾아 드라이브를 하고 돌아오거나 나홀로 캠핑, 산행 등을 즐겼다. 주말농장을 찾아 텃밭가꾸기를 하거나 생활체육 동호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 웨이트 등은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으로 다수가 밀집된 공간이 아닌 개방형이나 개인적인 공간에서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 요즘 세태에서 인기가 높다.

21일 오전 기자가 돌아본 서울 근교 검단산이나 공원, 남양주시 능내리 자전거 라이딩 코스, 양평의 두물머리 강가, 이천 산수유 마을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 성큼 다가온 봄을 즐기고 있었다.

검단산에서 산행 중 만난 이종구(17·가명) 군은 “친구들과 함께 운동 삼아 산에 왔어요. 올해 하남시 신장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친구 2~3명과 집 앞 공터에서 운동도 하고 학교에서 과목별로 내준 과제물도 하면서 지내지만 빨리 학교에 가고 싶습니다.”며 “부모님 말씀대로 PC방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데는 안간다”고 말했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역 주변,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라이딩을 즐기던 김진웅(43) 씨는 “아이와 아내 것까지 능내역 인근에서 자전거 3대를 렌트했다. 코로나에 갇힌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강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달리니 마치 코로나도 저 멀리 날아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후에 찾아간 양평군 양수면 두물머리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강바람을 쐬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 만큼 가능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며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봄볕 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곳의 명물이라는 연잎핫도그를 한입 가득 물고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추며 행복해하고 있다. 애완견과 함께 나들이를 나선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김은자(71) 할머니는 “나 혼자 집에 사는데 노인들은 집에서 꼼짝 말고 있으라하니 정말 징역살이가 따로 없어요. 식구들하고 자주 통화해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만 힘들다”며 “그래도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과 잠깐이라도 바람을 쐬러 나오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저녁 햇살에 노란 산수유가 만개한 이천시 백사면 산수유마을에는 늦은 시간인데도 주차장이 승용차로 가득했다. 아마도 너나없이 불안한 마음에 개인차량을 가지고 집을 나선 탓이다.

예년 같으면 산수유축제로 마을 입구에 산나물 등 지역특산물을 팔러 나온 할머니부터 노점상들이 길게 줄을 잇고 관광객들끼리 어깨를 부딪히며 지나쳤을 정도로 시끌벅적했는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방문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산수유나무 아래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인생 샷을 담고 있었다.


모처럼 아내와 어린 아들과 나들이에 나선 권순상 씨는 “상춘객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솔직히 조금은 불안하다. 하지만 아이도 너무 답답해하고 꽃도 많이 피었다고 해서 잠시 시간을 냈다. 방문객 모두 사진 찍을 때 외에는 마스크를 쓰고 말도 많이 안 하면서 서로를 위해 조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얼른 마음이 내키지 않아 아내와 이른 아침 출발해 강원도 낙산 앞바다를 잠깐 보고 돌아왔다는 사진가 김민회(62) 씨는 “고속도로를 달려서 확 트인 자연을 한번 본 것만으로 그간 움츠렸던 몸과 마음, 우울함까지 한 번에 털어냈다”면서 “정말 고속도로에 차량도 많지 않았지만 관광버스는 휴게소에서도 한대도 못 봤다. 나라경제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쿠키뉴스 의학담당 이기수 대기자는 “아직 코로나 감염병의 위험으로 가능한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날씨가 좋으면 ‘햇볕 샤워’도 반드시 필요하다. 햇볕은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D’의 합성을 도와주고 뇌에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도 분비한다. 따사로운 햇볕을 쬐면서 20~30분 산책만 해도 코로나19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면역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외출 자제, 여행 등을 연기 또는 취소할 것”을 당부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집밖으로 나서는 현실에서 전국 시 군 지자체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주말에도 방역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

주말, ‘코로나19’에 지친 몸과 마음 달래려 야외로…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미국 및 유럽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대한민국의 의료체계와 성숙한 시민의식 등 위기사태 대응능력을 세계인들이 칭찬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중이 모이는 야외장소를 찾는다면 코로나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귀가 후에는 반드시 입고 간 옷과 물품을 털고 닦은 후 비누로 여러 번 골고루 손과 얼굴을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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