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규제, '서민 여럿 잡는다' VS '초저금리 유동성 차단'

기사승인 2020-03-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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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정부의 부동산금융 정책을 두고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존재한다. 특히 정부의 대출 규제를 두고 서민의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과 서울 집값 정상화를 위해 현행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대출규제의 역설, 서민 피해 유발= 쿠키뉴스가 23일 주최한 2020미래경제포럼 ‘부동산금융 정책 진단과 시장 전망(부제: 부동산금융 정책 이대로 좋은가)’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투기꾼 한 명 잡으려고 서민 여럿 죽이는 정책”이라며 “정책의 방향성과 수단의 적정성에 대해 고민해보고 수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꺼내든 대출규제 정책에 대해 생계형 대출이 대부업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선진국의 여러 연구 사례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강화하면 주택담보대출을 빌린 사람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생계형 대출자들이 대부업체 등으로 넘어간다”며 “최근 여러 논문에서도 소득 1~3분위가 LTV 강화에 충격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투기꾼 한명을 잡기 위해 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LTV가 올바른 부동산 규제 수단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 교수는 “LTV를 개인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당초 LTV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기관이 잡은 담보물 전체에 대해 LTV 평균을 산출해 관리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사람에게는 100%, 다른 사람에게는 20% 등 개인별로 LTV를 다르게 적용하고 금리를 차등화해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금융선진화”라며 “국내에서는 사람별로 LTV 차이도 특별한 선진금융기법도 없는데 은행마다 금리가 달라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여기에 심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상품, 지역에 이어 가격대별 풍선효과가 새로 나왔으며, 억제된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몰리면서 전세가 상승의 부작용도 나올 것으로 언급했다. 

아울러 심 교수는 개포동에서 시세차익 20억원의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젊은이가 대출 규제에 묶여 분양을 포기한 사례를 소개하며 “젊은이들에게는 LTV 100%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내는 대출을 전부 묶어 놓아 젊은이들이 집을 살 수가 없다”는 지적도 남겼다. 젊은 층들을 위한 자산증식의 수단이 사라졌다는 문제제기다.     

◆집값 상승의 원인 초저금리 유동성= 이날 포럼에서는 서울 집값을 폭등 시킨 원인이 초저금리에 따라 풍부해진 유동성에 있고, 늘어난 유동성을 잡기 위해 현행 대출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서울 집값 폭등에 연료를 공급하고 불씨를 비춘 것은 초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성”이라며 주택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정책의 유지를 강조했다.

송 소장은 “집값 폭등은 돈 없는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 집 주인 주머니에 돈을 넣어 주는 것과 같다”면서 “집값 상승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규제의 긍정효과가 부작용보다 훨씬 더 크다”며 “9‧13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완만하게 하락했던 가장 큰 이유는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송 소장은 앞서 8‧2 대책 등에도 집값이 뛰어 오른 것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가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첨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현행 대출규제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규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 위원은 “부동산이란 것은 필연적으로 레버리지(대출문제)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동시에 충족되는 부분은 찾기 힘들다”면서 “가계부채 문제와 대출규제 문제는 서로 상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가계부채가 1800조원에 달하고 GDP 대비 93%까지 올라온 상황”이라며 “이는 서브프라임 당시 미국의 수치(95%)와도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박 위원은 “우리나라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LTV‧DTI 도입 등 규제를 통해 버블을 빠르게 꺼트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개인의 이익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것보다, 공공의 이익을 중요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 '서민 여럿 잡는다' VS '초저금리 유동성 차단'◆디딤돌 대출 확대 제안과 당국의 입장= 이날 포럼에서는 부부 합산 연 소득이 6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최고 2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인 디딤돌 대출에 대한 발언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디딤돌 대출로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수년간 급격히 변화한 것으로 진단하면서 “디딤돌 대출의 상품경쟁력이 떨어졌고, 현재 디딤돌 대출로 주택을 구매하려면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딤돌 대출로 도심에서 주택을 구매하려면 다세대주택 밖에 대상이 없다”며 “그렇다고 생에 최초로 집을 구매하면서 외각에 집을 구매하려는 이들도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정부가 디딤돌 대출의 대출 한도를 높이고 금리를 조정하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나 지역 등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제기된 대출 규제와 관련된 제언에 대해 일단 부동산 안정화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범석 금융위 금융정책과 사무관은 이날 젊은 층이나 서민 등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현행 제도보다 더 많은 혜택을 줘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들에 대해 “현재 시장상황을 비쳐봤을 때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부동산 안정화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해 이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꾸준한 논의와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위가 내놓았던 정책(대출 규제) 중에 효과가 부족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있겠지만, 12‧16대책 이후 금융위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실수요자들에게 더 많은 체감이 될 수 있도록 정책부분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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