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온라인 강의…“등록금 다 내야 하나” 대학생들 속앓이

기사승인 2020-03-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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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온라인 강의…“등록금 다 내야 하나” 대학생들 속앓이[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가의 온라인 강의 대체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질 저하와 수업권 침해를 이유로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은 코로나19로 개학을 미루다 지난 16일 온라인 강의로 학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 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며 온라인 강의 기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성균관대학교는 온라인 강의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대, 경희대, 광운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등은 내달 12일까지 온라인 강의를 연장하기로 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 감면 혹은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약 1만4785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강 연기 및 온라인 수업 대체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의 응답자의 85.2%(매우 필요하다 62.7%, 필요하다 22.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재학생들은 온라인 강의 접속 장애, 콘텐츠 부실, 실험·실습 부재 등의 문제로 수업의 질에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 24일 페이스북 익명 제보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 글을 올린 한 학생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려고 비싼 학비를 낸 게 아니다”라면서 “비대면 강의라서 교수님과 의사소통도 힘들고 화상 강의시 음질도 나빠 수강에 애로사항이 많다. 비대면 강의가 4주차까지로 연장되었다는 소식에 생각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온라인 강의 기간 동안 수업을 과제로 진행한다고 통보한 교수의 불성실함을 성토하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21일 동국대학교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SNS에 “교수님이 원격 강의가 삼주, 또 그 이상 연기 되더라도 그 기간 내내 과제로 수업을 대체한다고 말했다”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학생은 “과제로만 수업을 진행하면 책을 구매해서 독학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교수님은 수업 자료 PPT를 만들어 배포해 주는 것도 아니고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참고 자료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등록금은 똑같이 내는데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실기 위주의 음악, 미술, 체육 전공의 학생들 사이에서 등록금 감면, 환불 목소리가 크다. 시민단체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예술대학생네트워크와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등록금 일부 반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고성우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예체능은 실험실습비가 포함돼 타 단과 대학보다 등록금이 높은데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함에도 (대학이) 등록금 환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학 측은 강의가 취소된 게 아니라 온라인 강의로 대체해 진행한 만큼 등록금 감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도 대학이 등록금 환불할 근거가 없다는 분석이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3조5항은 대학이 수업을 전학기 또는 전월의 전기간에 걸쳐 휴업한 경우 해당 학기나 월 등록금을 면제한다고 되어있다. 최소 ‘월’ 단위로 휴업이 이뤄져야 등록금 면제 조건에 부합한다. 또 같은 규칙 제3조1항3에는 ‘천재지변 등의 경우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고 명시됐지만 이 역시 강제 조항이 아니라 재량 조항이라 대학들의 의지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등록금 책정과 변경은 대학 총장 결정사항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학생 등록금은 총장들이 정하는 사항이고 반환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언급했다.

학생들은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교육부는 단순히 법적으로 등록금 반환은 어렵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육부와 관련 부처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 논의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 측은 등록금 환불이 어려운 사유로 온라인 서버 구축, 방역에 소요된 추가 비용을 든다”면서 “그렇다면 추가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남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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