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서 ‘휠라’ 입은 조주빈…“무방비 블레임룩, 범죄 미화 우려”

전문가 “무방비 동조소비, 범죄 미화 가능성 있어…가이드라인 등 교육 필요”

기사승인 2020-03-27 0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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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한 뒤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4)이 포토라인 앞에 섰다. 공식적으로 처음 공개된 그의 모습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그의 착의에도 시선이 쏠렸다. 일명 ‘블레임룩’ 현상에 브랜드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간을 떠들썩케 한 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한 조씨가 같은날 전면에 휠라 로고가 새겨진 맨투맨티를 입고 포토라인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휠라 관계자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이 포토라인에 섰다”며 “분노와 경악에 이어 특히 1020세대를 주 고객층으로 소통하는 저희로써는 FILA 빅로고 티셔츠를 착용한 모습에 당혹스러움까지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당사는 조씨의 사진에서 휠라 로고를 모자이크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블레임룩’이란 ‘Blame’(지탄)과 ‘Look’(스타일)의 합성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상이 입은 의상이나 소지품이 화제되면서 유행까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포토라인서 ‘휠라’ 입은 조주빈…“무방비 블레임룩, 범죄 미화 우려”일례로, 국정농단 최정점에 서 있었다고 알려진 최순실(현 최서원)의 신발이 있다. 지난 2016년 10월 최씨는 관련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다가 포토라인이 무너지면서 신발을 벗어둔 채 내부로 이동했다. 당시 신발 브랜드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전해진, 최씨의 딸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체포될 당시 입었던 명품 브랜드 ‘노비스’(nobis) 패딩도 관심 대상이었다.

국내 블레임룩의 시초는 지난 1999년 탈옥수 신창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검거 당시 신씨는 무지개색 반팔 티셔츠를 착용했는데, 이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소비자가 블레임룩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는 일종의 ‘홍보효과’라고 내다봤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블레임룩은 모방 소비의 개념이지만 좋아서 수용하는 일반적인 모방과 다르다”며 “제품이 노출효과가 큰 사건과 연관되면 기억되기 쉽고 고려상품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다. 충격적인 사건과 함께 각인된 제품이 추후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블레임룩으로 범죄가 미화하지 않도록 사전 교육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범죄자는 자신이 힘이 있고 권력이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등 자기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무방비 상태에서 소비자가 이에 동조하면서 소비하지 않도록 하는 규범과 가이드라인 등 교육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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