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 주식샀어, 근데 PER은 뭐야"…넘쳐나는 '알못 투자자'

기사승인 2020-03-27 0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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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나 요즘 주식 투자해. 근데 계속 수익률 마이너스야. 종목 추천 좀 해봐”

오래간만에 요즘 주식투자를 한다며 연락해온 친구의 뜬금없는 말이다.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이 있던 그가 요즘 부동산 경기가 죽어 투자금을 굴릴 곳이 없어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며 주식시장 입문 동기를 전해왔다. 그런데 건물 매매금을 주식에 투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6000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손실 회복해보고자 증권사 신용거래융자까지 땡겼다”는 말에 이어 “근데, PER이 정확히 뭐야?”라며 귀를 의심케 하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는 주식투자의 기본 지식도 갖추지 않은 채 투자에 뛰어드는 개미였다. 주식시장 입문자 중에는 이같은 투자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에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 신규 주식계좌 개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금알못(금융 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 개미의 주식시장 유입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로 주식에 손대는 것은 꼭 개인의 잘못 만은 아니다.개인이 금융 지식과 투자 손실의 위험성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없는 환경도 한 원인이다. 국내에서 금융투자교육은 전적으로 셀프(Self)다. 알아서 찾아 배워야 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의 총 9년에 달하는 의무교육 기간 동안 금융 관련 교육 과정은 찾아볼 수 없다. 의무교육 이후 고등교육 과정에서도 금융지식 습득은 전적으로 ‘선택’이다.

정부 차원의 체계 마련은 턱없이 부실하다. 금융교육 정규 교과목화는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금융당국의 지원도 미진한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서 하는 주요 금융교육 지원은 ‘1사1교 금융결연’ 정도다. 교육 형태는 대체로 간담회, 방문교육 등으로 단기적이고 1회성 성격이 강하다. 지역별 편차도 심하며, 금융사들의 참여율마저 부진하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국민들의 금융이해도는 매우 낮다. 세계 각국의 금융이해력 실태 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한국은 늘 하위권을 맴돈다. 지난 2018년 기준 한국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OECD 평균(64.9점)을 밑돌았다. 금융위기가 올 때마다 치솟는 국내 자살률은 부실한 금융교육 실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원금 손실이 날 수 없는 상품’이라는 말만 믿고 고위험 상품에 덜컥 가입한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이 비단 개인의 잘못일 수 없는 배경이다.

개인의 선택은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갖추고 있을 때 가장 합리적일 수 있다. 충동적인 투자판단을 제어하는 것은 충분한 금융교육이다. 정부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시장은 전쟁터와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대체로 무방비 상태다. 특히 한국증시는 기관과 외국인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개인 투자자들에게 더욱 불리하다. 자칫하면 대규모 원금 손실을 보는 현실. 정부는 언제까지 무방비 투자자를 양산할 것인가.

ysyu101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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