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적 마스크 직접 팔아봤습니다

보조인력 있어도 분주… 앱 있어도 문의전화 불티나

기사승인 2020-03-28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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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가 정착되고 있지만, 약국가는 여전히 바쁘다. 공적 마스크 판매와 기존 약국 업무를 병행하느라 일선 약국들은 몸살이 나기 일보직전이다. 기자는 약국의 공적 마스크 판매 현장을 직접 체험해봤다. 전화는 수시로 울렸고, 마스크를 사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약사도, 기자도, 손님들도 마스크 한 장에 울고 웃었다.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지난 22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약국.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 무렵이었다. 이미 약국 앞에는 손님 5명이 본인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국 한켠에 놓아둔 마스크 박스 8개가 눈에 들어왔다. 취재에 도움을 준 김성남 약사는 기자를 보자마자 마스크를 쓸 것과 손소독을 권했다. 라텍스 장갑 착용은 필수. 김 약사는 손님 응대와 계산, 마스크 배부를 맡았다. 기자는 신분증 확인·중복구매방지시스템 입력을 하기로 했다.

이날 김 약사는 1매씩 포장된 마스크를 공급받았다. 그는 지자체에서 받은 소분용 봉투를 보여주었다. 벌크(포장되지 않은 대용량 제품)로 입고가 되면 봉투에 2매씩 넣어 판매해야 한다고 했다. 입고될 제품이 벌크일지, 낱개포장 상태일지는 미리 알 수 없다. 김 약사가 말했다. 

“벌크가 입고되면 줄 서서 기다리던 손님들이 와서 소분 작업을 도와주기도 해요.”

마스크 공급은 지자체마다 별도의 기준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소분 봉투와 배송 품질도 제각각. 김 약사는 ‘공적 마스크’ 스티커만 붙은 봉투를 받았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마스크 5부제 관련 안내가 상세히 기재된 봉투가 배부되기도 한다. 또 대부분 벌크 제품은 종이 상자에 포장돼 오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포대자루에 담겨 배송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포대자루에 담겨 온 마스크의 위생 상태를 어땠을까? 

신분증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오후 1시 마스크 판매가 시작됐다. 대기했던 사람들이 약국 안으로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김 약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마스크 쓰시고, 간격을 넓게 떨어져서 줄을 서주세요." 마스크를 건넬 때마다 손소독제도 구매자의 손바닥 위로 뿌려졌다. 김 약사는 틈틈히 소독 스프레이를 약국 곳곳에 분사했다.

신분증은 각양각색이었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장애인등록증, 국가유공자증, 청소년등록증, 국제학생증, 국제교사증, 외국인등록증 등 다채로운 ‘증’의 향연. 기자는 인적사항 표기 형식과 위치가 제각각인 신분증을 보고 주민등록번호를 찾아내 중복구매방지시스템에 빠르게 입력하는데 애를 먹었다. 

주중 구매이력이 없는 손님에게만 마스크를 판매할 수 있다. 길게 줄 서 있는 구매자들이나 마스크 값 결제를 맡은 김 약사도 기자가 중복구매방지시스템 입력을 마치기만을 기다렸다. 주민등록번호가 13자리나 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입력 오류 알림이 뜰 때마다 속이 탔다. 

손을 보태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구매자들은 기자에게 마스크 대리구매가 가능한지, 신분증 대신 제시할 수 있는 증서는 무엇이 있는지, 아동용 마스크는 언제 입고되는지를 물었다. 그때마다 김 약사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김 약사는 마스크 5부제 안내 자료를 보여주며 응대했다.

마스크를 판매하던 와중에도 처방전을 든 환자의 방문이 적지 않았다. 제산제, 관장약, 진통제. 요구도 다양했다. 발가락 사이가 아프니 어떤 약을 먹어야 하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약국은 일상적인 업무를 하랴, 마스크를 파랴 눈 코 뜰새없이 분주했다. 김 약사는 “약사 혼자서 운영하는 1인 약국의 경우, 지난주부터 공적 마스크 판매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

마감이 임박하자 쉴 새 없이 전화가 울렸다

마스크를 판매한지 40여분이 지나자 약국은 흡사 홈쇼핑 콜센터나 다름없었다. 대략 3분에 한 번씩 전화벨이 울렸다. 대부분 지금 가면 마스크를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왔다. 애플리케이션에서 마스크 재고를 확인한 사람들이 약사에게 직접 구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문의 전화를 걸어오는 것이었다. 김 약사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남은 마스크 개수를 알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금방 다 나갈 것 같아요. 지금 빨리 오셔야 해요.”  

오후 2시 마스크 400장이 전부 팔렸다. 대기하던 손님 6명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200명의 주민등록번호,  2600개 숫자를 입력하고 나자 멀미가 날 것 같았다. 김 약사의 약국에 매일 들어오는 공적 마스크는 평일 200여개, 주말 400여개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김 약사가 희미하게 웃었다. 동네마다 찾기 쉽고, 중복구매방지시스템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곳은 약국뿐이니까 약국이 해야죠.”

김 약사는 토요일까지만 약국문을 열었지만, 현재는 일요일 오후 5시까지 운영 시간을 연장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후 휴일지킴이 약국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수원시에서만 100여소 이상의 약국이 휴일지킴미 약국을 신청했다. 하루도 쉬지 못하는 고된 나날은 6월 말 마스크 5부제가 종료될 때까지 계속된다.  

[르포] 공적 마스크 직접 팔아봤습니다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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